
‘생활 속 거리두기’ 이후에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해이해진 탓일까? 이 전투와 같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국민 한명 한명의 온 힘을 다한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계급장도 없는 민중들이 힘을 합해 독립군 전투에 참여하여 일본군과의 유례없는 대승을 한 과정을 그렸다. ‘청산리 전투’의 그늘에 가려졌던 ‘봉오동 전투’의 승리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려 500만 명가깝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영화는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군의 무장항쟁이 활발해진 후, 일본 정예병인 월강추격대가 독립군 토벌 작전을 강행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릴 적 일본군에 동생을 잃고 독립군이 된 해철(유해진)은 마적 출신 저격수 병구(조우진) 등과 함께 무기와 독립자금을 운반하는 일을 맡았다. 독립군 분대장 장하(류준열)는 월강추격대를 봉오동 일대로 유인하는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다. 해철의 부대원들은 마적대나 농민 출신 등 전문적인 군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국심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영화적 재미를 준다. 홍범도 장군(최민식) 중심이 아니어서 그는 영화의 뒷부분에 잠깐 등장한다. 짧은 등장이지만 임팩트가 작지 않은 점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독립군들은 병력이나 무기 면에서 일본군의 상대가 되기 어려웠지만, 규모가 거대한 일본군 월강추격대와 전투를 하게 된다. 독립군은 골짜기 곳곳에서 매복을 통해 일본군들을 봉오동 깊은 산속까지 끌어들였다. 이후 여러 독립군 단체가 연합작전을 펼쳐 일본군을 대파하여 한일 독립전쟁 중 우리나라 최초의 승리를 이뤄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면 모두 죽는데, 그 병은 바로 ‘절망’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코로나19’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로 지속됨에 따라 그 여파로 인해 공포감과 절망감이 우리 주변을 맴돌지만, 전염병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헤밍웨이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에서 언급한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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