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한국방송공사 소속 근로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하여 공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포괄임금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2020. 4. 29. 선고 2020다215537 판결).
위 소송의 원고들은 방송·기술·경영직군에 속한 근로자들로 회사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시간외근무 실비만 지급해왔으므로 미지급 법정수당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회사 측은 시간외 근로 수당 일부를 이미 기본급에 포함시켜 지급하고 별도로 정한 실비를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되었음을 주장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하여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정하면 이른바 포괄임금제 약정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포함하는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시간, 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포괄임금제 약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에 관한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가 아니고, 포괄임금제 약정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소송에서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등이 주로 문제됩니다.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위 한국방송공사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내용과 근로형태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법정수당이 포함된 일정액을 월 급여로 지급하고, 더불어 연장근로 등에 대한 추가 보상 조치로서 시간외근무 실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 약정이 체결되었고,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근무형태, 업무성질을 고려하면 단속적,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하고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데다 연장근로도 쉽게 예상된다”고 판시하여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포괄임금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방송 사업에서 기사의 취재, 편성 또는 편집 업무, 방송 프로그램 제작 사업에서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한 재량근로의 대상업무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위 판결은 향후 업무의 성질상 수행 방법을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고,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다른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사건에서도 선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bora.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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