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정으로 회사 주주가 자기 계산으로 주식을 인수하고도 이를 명의신탁 하여 주주명부에 다른 이가 기재되도록 하는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이때 실질 주주와 주주명부상 주주 중 누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여부가 분쟁의 실마리가 되어왔습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회사 주주명부상 주주와 실질 주주가 따로 있을 때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누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①타인의 명의를 빌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그 대금을 납입하면 그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까지 마쳐도 실질상의 주주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에 해당하고 ②회사는 주식 인수 및 양수계약에 따라 주식의 인수대금 또는 양수대금을 모두 납입하였으나 주식의 인수 및 양수에 관하여 상법상의 형식적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부인할 수 없으며 ③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고 ④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 주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행사하게 하면에 그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게 된다는 등의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주주명부상 기재보다 실질적인 주식의 소유관계를 우선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2017년 대법원은 상법상 주주명부 제도를 둔 이유에 대해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외부적으로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와 관련된 사무 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임을 밝히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렇게 앞서 밝힌 기존 판결을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였습니다(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회사에 대하여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이는 주주명부상 주주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주주명부상 주주를 진정한 주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최근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A씨는 다른 이들과 함께 B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 2000주를 자신의 계산으로 인수하고, 추가로 다른 투자자들 몫 8000주를 명의수탁 했습니다. B사의 주주명부에는 A씨가 주식 1만주의 주주로 기재되었습니다. 이후 B사는 A씨와 다른 주주 간 주식 양·수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대출 심사의 편의상 A씨 명의의 주식 1만주를 다른 주주의 것으로 기재한 주주명부를 작성하였고, A씨가 위 1만주의 주주가 아니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 대하여 상법이 주주명부 제도를 둔 이유가 주식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회사 이외의 주체들 사이의 권리관계와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 국면을 구분하여, 후자에 대하여는 주주명부상 기재 또는 명의개서에 특별한 효력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밝히면서 “상법은 주주명부의 기재를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으로 정하고 있을 뿐 주식 이전의 효력발생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무권리자가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고,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가 그 권리를 상실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 “이와 같이 주식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권리관계와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 국면은 구분되는 것이고,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 주식의 소유권, 즉 주주권의 귀속이 다투어지면 역시 주식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권리관계로서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2020. 6. 11. 선고 2017다278385(본소), 2017다278392(반소)}.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의 원심은 당해 사안에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342’ 전원합의체 판결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A씨가 그 명의의 주식 1만주 중 다른 투자자들 몫인 8000주의 주주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그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사건은 회사와 주주명부상 주주로 기재된 피고와 사이에서 주주권 귀속이 다투어진 경우로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자의 확정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고, 주주명부상 주주가 아닌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해서 주주명부상 주주로 기재되어 있다는 점이 주식의 소유권 귀속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주주의 지위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위와 같이 주식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권리관계와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 국면은 구분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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