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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상대 美 아닌 韓 택한 속내는?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0-06-18 08:00:00 수정 : 2020-06-17 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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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반도 상황 점점 파국으로 몰아가…'서울 불바다설'까지 소환 / '북남관계의 총파탄' 공언한 이후 2주간 극단적인 조치 이어가 / 9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모든 연락채널 차단 / 16일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 17일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에 군부대 다시 주둔…서해상 군사훈련도 재개하겠다고 발표 / 연일 쏟아내는 북한의 대남 비난 발언도 위험수위 / 하루가 멀다 하고 공식·비공식 매체 통해 당국자·비당국자 가리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사상 최악의 무지 무능 정권'이라며 막말 퍼부어 / 문재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 대놓고 모욕하기도 / 그간 즉각 대응 자제하며 신중한 자세 취했던 靑, 김여정의 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사·남북군사합의 파기 공식화 이후 단호한 스탠스로 바뀌어 / 北, 남북관계 다신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극단적인 추가 행동 삼가야

북한이 한반도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거 '서울 불바다설'까지 소환하고 나섰을 정도다.

 

북한은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북남관계의 총파탄'을 공언한 이후 2주간 극단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9일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16일엔 개성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고, 17일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에 군부대를 다시 주둔하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연일 쏟아내는 북한의 대남 비난 발언들도 사납기 그지없다. 처음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미온적이라고 비난하는 수준이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공식·비공식 매체를 통해 당국자·비당국자 가리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사상 최악의 무지 무능 정권'이라고 막말을 퍼붓고 나섰다.

 

급기야는 김 제1부부장이 남북합의 이행을 약속하면서 현 상황을 소통·협력으로 풀자는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를 대놓고 모욕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는 '철면피한 감언이설'이란 제목의 담화에서 "사죄와 반성, 재발방지 다짐은 없고 변명과 술수로 범벅된 미사여구만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책임 있는 2인자의 발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게 '최고존엄'을 소중히 여긴다면, 남한의 '국가원수'에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즉각적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청와대는 김 제1부부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사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공식화를 계기로 비상하고 단호한 스탠스로 바뀌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데서도 비장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북한도 남북관계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추가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일단은 남과 북 모두 마음을 가라앉힐 때가 아닐까?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2019년 8월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과 6차 핵실험이 이어질 때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단호하게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간다는 일종의 '약속'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치고 나서는 군사적 행위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원칙하에 김 위원장과의 신뢰를 토대로 대북 관계에 정성을 기울였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양측의 견해차로 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판문점에서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비핵화 구상을 미국 측에 지속해서 설명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의 가능성을 북측에도 꾸준히 전달했다.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 보이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거듭 촉구했던 文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뤄진 KBS 특집 대담 당시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한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밝히라"고 말하는 등 북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끊임없이 촉구했다.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확인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동안 공 들인 남북관계 흔들…허탈감, 분노 등 만감 교차하는 문 대통령

 

남북이 합의한 원칙을 깬 '선을 넘는 행위'다.

 

그동안 공 들여온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현실을 목도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허탈감, 나아가 분노를 감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유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16일 NSC 상임위 회의 브리핑에서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019년 2월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 DMZ에서 지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가 공개됐다. 공동취재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17일 김 부부장의 담화를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도 결국 문 대통령의 인식이 투영됐다고 할 수 있다.

 

◆靑 "북측이 상황 계속 악화시킬 시 강력 대응할 것"

 

북한의 대남 공세에 우리 군 당국도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병력 배치를 예고한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는 17일 현재 별다른 동향이 없는 상태이나, 곧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거쳐 실행에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합참은 북한의 군사행보가 실행에 옮겨진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고강도의 경고를 내놨다. 남북이 상호 군사적 위협을 주고 받으며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개성공단 및 금강산 일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설명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북측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2~3일 전부터 일부 북한군 감시초소(GP) 부대원 전원이 철갑모(방탄모)를 쓰고 소총에 대검을 착검한 장면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GP 근무자는 평시엔 소총에 총창(대검)을 착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이를 두고 북한이 전시 태세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측이 DMZ내 GP를 복원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군 병력을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이날에는 북한군 GP 부대원들이 철갑모를 쓰고, 소총에 총장을 착검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南北 서로 군사적 위협 주고 받으며 대결로 치달을 수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앞서 이날 '대변인 발표' 형식으로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단에 부대 전개 △DMZ에서 철수한 GP 복원 △접경지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삐라) 살포 등 네 가지 대남 군사 조치를 공언했다. 사실상 남북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이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이날 북측이 '비무장화 지대'에 군 병력을 진출시켜 요새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참은 군 작전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 하에 북측의 군사행보가 현실화되면 군은 북측이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남북이 서로 군사적 위협을 주고 받으며 대결로 치닫는 양상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예고 담화 이후 사흘만에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긴 것을 볼 때 총참모부 역시 곧바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8년 5월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장면으로, 관리 지휘소 시설을 폭파하는 순간 목조 건물들이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먼저 당 중앙군사위를 열고 이를 승인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여 군사위 소집 시점에 촉각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주말 전 18일과 19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대적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 내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에 청와대가 "몰상식한 행위에 대해 더 이상 감내하지 않겠다"고 했고, 군 또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내놓으면서 북측 또한 곧 열릴 당 중앙군사위를 통해 거친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말 전 18~19일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 분수령 될 듯

 

한편 북한의 최근 대남 적대 행위에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방위비 협상으로 갈등을 빚는 한미동맹 간에 불협화음을 조장하려는 전술적 의도도 있다는 견해도 함께 내놓고 있다.

 

BBC 방송은 북한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대북 전단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면서 "분석가들은 북한이 외교적 대화가 재개될 경우 더 많은 지렛대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CNN도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위기 생산에 이용하고 있다고 추측한다"며 "이는 북한이 이전 협상에서 긴박감을 조성하거나 한미 간 불협화음을 조장하려 사용했던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이 코로나19로 악화했다며 "좌절·불만을 표출해야 했지만, '이웃이 미우면 그의 개를 발로 찬다'는 말처럼 미국에 직접 도발하면 보복이 우려된 것"이라는 이승현 세종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웃이 미우면 그의 개를 발로 찬다?" 北, 美 직접 도발시 보복 우려하는 듯

 

NBC 방송은 북한은 항상 한미동맹을 깨려는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으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 특별대표였던 글린 데이비스는 최근 웹세미나에서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한미동맹 약화와 함께 북한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BBC방송은 인터넷판 메인 뉴스로 한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메인 화면 갈무리

미 정보당국의 경우 북한이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 뒤 계속해서 핵개발을 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BC는 특히 "북한이 이런 특별한 조치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김정은이 북한 엘리트와 군부로부터 받는 거대한 내부 압력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北 엘리트 군부로부터 받는 거대한 내부 압력과 관련 있는 듯"

 

또 "이번 폭파는 북한이 여전히 핵 폐기에 관심이 있다고 믿는 한미 국민에게 매우 큰 경종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타협과 신뢰 구축 조치에 관여하기보다는 폭력과 협박 외교의 길을 분명히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북한이 더욱 적대적인 새 시대를 알리는 극적인 상징 조치를 취하면서 2018년 시작된 남한과의 데탕트(긴장완화)의 잔유물을 쓸어버렸다"며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올해 핵 협상은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수사적 공세를 통해 이 사안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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