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우리 아이들 ‘잃어버린 세대’ 될까…“코로나 팬데믹 평생 영향 미칠지도” [뉴스+]

입력 : 2020-06-07 17:00:02 수정 : 2020-06-07 17: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 위기.”(벨기에 루벤대 사회학자 빔 반 랭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교 폐쇄로 학업 단절 등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팬데믹 여파로 인지·감정 발달 과정에서 무언가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에 지장을 받은 학생은 190개국 약 16억명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학생들의 약 90%에 해당하는 수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덴마크에서 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책 ‘인텔리전스 트랩’의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코로나19 여파가 아이들의 학업·사회적 관계·정신건강 등에 영향을 미쳐 평생 자국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개월 안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학교 폐쇄 등 조치가 예측보다 길어져 아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격리 상태에서 오는 고립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면 인지·감정 등의 지연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심각한 경우 정서적 발달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정신 질환 발병 소지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롭슨은 설명했다.

 

◆학업 단절의 기간이 짧더라도 영향은 지속적

 

특히 급속한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학업 단절의 기간이 짧더라도 그 영향은 지속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의 공무학과 교수인 데이브 마르코트는 학교 폐쇄의 영향을 3학년, 5학년, 8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르코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가 하루 문을 닫을 때마다 읽기와 수학 등에서 기대 성적에 못 미치는 아이들이 약 0.57%씩 늘어났다.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뉴욕시의 한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장기간 휴교에 의한 학업 성취 퇴보는 더욱 되돌리기 어렵다. 마르코트는 “미국에서는 학기 중에 얻은 성취의 25% 정도가 여름 방학 때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휴교 기간을 두고 “기간에 비례해 학습 손실이 늘어나게 될지, 아니면 다른 요인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손실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면서 “교육에 소비된 시간이 훗날 성인이 된 이후의 아이큐(IQ)와 관련 있다는 점을 보면, 장기간의 교육 손실은 평생 아이들의 인지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르코트는 원격학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배움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음악 수업, 박물관 견학, 도서관 학습, 여름 캠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한 지적 양분을 공급받을 기회를 원격학습으로는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가난할수록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런 상황에서 극빈층의 타격은 더 심각하다. 극빈층의 아이들은 현재도 가장 뒤처져 있고 이후 학업 단절을 메꾸는 데 드는 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기존에도 여름 방학 등에 발생하는 학습 손실은 아이들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고 BBC는 전했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방학 동안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반면, 교육 자원이 적은 가난한 가정 아이들은 더 큰 손실이 나타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누아르무티에섬에서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테니스를 치며 휴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에는 최근 코로나19를 피해 수도 파리에서 ‘별장 격리’하러 온 부호들이 많아 현지 주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홈스쿨링이 장려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좋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접근성, 공부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 등은 그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반 랭커 교수는 “많은 가족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살아가는 가난한 가정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면서 “학교 폐쇄 기간 가난한 가정 아이들은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며 다시 학교가 문을 열면 그 격차는 더 벌어져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으로 전 세계 빈곤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교육 불평등 확대를 막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 랭커 교수는 “보다 어린 시기에 한 경험이 성인기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런 경험의 효과는 계속 축적된다”고 지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