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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한치 양보 없는 패권경쟁… 깊어지는 ‘디커플링’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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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06 10:29:20 수정 : 2020-06-06 17: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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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충돌 갈수록 격화 / 무역전쟁 이어 코로나 책임론 공방 / 환율·군사·홍콩문제 등 전방위 갈등 / 트럼프 “中과 모든 관계 단절할 수도” / 동맹국에 美주도 경제블록 합류 독려 / 中, 최악 상황 대비 대미 의존도 축소 / 완전한 내수체제 구축 가속화 ‘맞불’ / “양질의 우방국 확보해야 우위 선점” / 美 우호국 압도적… “승자 예측 불가”

미·중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 갈등에 이은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에 더해 양국 간 환율·정치·군사·안보·홍콩문제 등에서 전방위적인 충돌 직전의 전운이 감돈다. 올해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대중 여론도 좋지 않은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의 부상이 미국 국익과 안보의 걸림돌이라는 데 견해차가 없고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패권경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양국 간 불협화음은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美, “지난 40년 中에 헛된 희망 가졌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 중국의 후진성에 실망한 점을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성토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16쪽짜리 보고서엔 중국의 반인권적 행위, 표현의 자유 제한, 지식재산권 침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한 보호무역주의, 한국·일본·호주·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을 겨눈 무역보복 행태, 관영매체를 동원한 선전·선동 및 언론자유 제한 등 공산당 1당 지배체제인 중국의 어두운 그늘을 모두 짚었다. 심지어 2017∼2018년 미국 당국이 적발한 중국산 짝퉁제품 규모가 무려 20억달러로, 다른 국가 원산지의 모조품을 모두 합친 것보다 5배나 많다는 점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부정적 모습을 부각했다.

백악관 보고서의 궁극적인 표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자유롭고 열린 사회를 공격하고 국제질서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개편하려 한다며, 시 주석이 주석의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장기집권 길을 열어두면서 이런 경향이 짙어졌음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일대일로’ 전략이 미국 국익의 ‘도전’요소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육상·해상 교통로를 확보한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국제질서를 개편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미국 주도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합류를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논의가 가열된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중 디커플링 심화… 중국의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민감한 기술을 포함한 대중국 수출 금지 품목 범위를 확대했고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보유도 금지했다고 미국 매체는 전했다. 중국 내 미국의 공급망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공화당 소속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가능한 많은 제품 생산이 될 수 있는 한 (중국이 아닌) 우리 역내에서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워싱턴 싱크탱크 CNAS의 애슐리 펭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을 더 강경하게 다뤄야 한다는 건 초당적 입장”이라며 “팬데믹 사태로 인해 이런 기류가 더 강해졌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이미 미·중 디커플링 사태에 대비해 핵심기술의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부품 상당수를 미국에 의존했던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이제 미국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일각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실패하면 중국과의 디커플링 캠페인이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중 무역 비중을 줄이더라도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다. 1조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문제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견제 수위는 점점 고조됐다.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서(NSS), 2018년 초 국방전략서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상태였다. 중국의 부상을 기본적으로 위협으로 인식하고 NPR에서는 중국의 핵무기 개발 및 기술적 진전을 위협으로 규정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중국 국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미국을 따라잡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두 국가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통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현재의 미·중 충돌 위기를 과거 미·소 냉전 시절에 빗대 “냉전2.0은 아니지만 최소한 ‘냉전 1.5’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군사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미·중 전략적 경쟁’에 실은 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서로 군사적으로 맞부딪힐 조짐마저 보인다”며 “미·중 간 군비경쟁은 이미 초기단계를 넘어 가속화되고 있어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중 패권경쟁은 결국 전쟁까지 포함한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경쟁 결말은

중국과의 경제적 충돌과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미·중 디커플링을 현재 미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은 미래의 두통거리를 초대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정책은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반목이 지속하는 상황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만리장성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걸 지은 사람들과 정말 싸워야 하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완전한 내수체제 구축 가속화를 언급하고 “국내 유통이 지배적 역할을 하는 새로운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경제학자 후싱더우는 “미국 및 서방 세계와의 디커플링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끊는다면 우리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겉으로는 강한 입장을 드러내더라도 중국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관계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드 전 호주 총리는 “미·중 경제는 이미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본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며 “현재 중국이 혼자 항해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미·중 경제 관계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베이징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자는 누가 될까. 중국의 현실주의 학자 옌쉐퉁 교수는 이미 2011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관계의 핵심은 누가 양질의 우방국을 더 많이 확보하냐의 문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친소관계로 따지면 전 세계 주요국 150개국 가운데 약 100개 나라가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과 척진 나라는 21개 나라로 분류하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은 세계 68개 국가와 동맹을 맺고 있고 45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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