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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이번엔 ‘홍콩 국보법’ 충돌 … “신냉전 도래”

입력 : 2020-05-22 18:19:05 수정 : 2020-05-22 2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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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회에서 법제정 추진 초강수 / 트럼프 “관련자들 모두 제재” 경고 / 中은 “내정 간섭 말라” 즉각 반발 / 美 ‘대중국 전략보고서’ 의회 제출 /
“中과의 관계 더이상 가치 못 느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에 “해당 법안 관련자들을 모두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내정간섭 말라”며 즉각 반발, 양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촉발된 미·중 갈등은 ‘중국 코로나 책임론’으로 불붙더니 최근 며칠 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과 대만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거부,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입법 등을 둘러싼 충돌로 이어지면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해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사실상의 중국 봉쇄전략 등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미·중 신냉전’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개막한 중국의 잔칫날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손짓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드 자동차 공장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면서 취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연합뉴스

미 백악관은 지난 20일 국방부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날 보도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16장 분량의 보고서는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에 대해 경쟁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상징성이나 화려한 행사를 위해 중국과 관계를 맺는 데 더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중국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동맹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며 한국도 거론했다.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을 지지한다고 언급한 뒤 인도와 호주에 이어 한국의 ‘신남방(New Southern) 정책’을 소개했다. 반·중 동맹 그룹에 한국도 포함시킨 것이다.

 

◆美 “법안 관련자 모두 제재” VS 中 “내정간섭 용납치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은 이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에 관여하는 중국 관리들과 단체, 여기에 동조한 은행을 모두 제재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홍콩 문제 개입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발끈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떤 국가도 국가를 분열시키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활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중국 내정이며 외국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입 다문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로 두 달 반 연기됐던 전국 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22일 인민대회당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앉아 있다. 베이징=타스통신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되 국가 안보를 위한 법률 및 집행 체계를 만들어 이들 지역이 헌법상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리 총리 업무보고 직후 왕천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홍콩 안전 보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기구 수립’(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을 소개한 데 이어 도입 결의안 초안이 공식 제출됐다. 이르면 다음달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쳐 제정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방 외신들은 이 법이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홍콩의 자치 및 시민 자유에 최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홍콩에서 더 큰 분노와 시위에 불을 지필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근거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시위 활동과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이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자 취소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다음 달 4일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하는 '6·4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시민의 결의를 보여주기로 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해 논란 확산이 예상된다.

 

대만 문제를 놓고도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집권 2기를 맞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일국양제를 거부한 데 대해 ‘무한 지지’를 보내며 중국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은 미 국무부가 대만에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어치의 신형 어뢰 판매를 승인한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美의 중국기업 정밀 타격에 中 “보복할 것”

 

미국은 중국기업을 정밀타격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중국은 “보복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 상원은 전날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외국기업 책임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중국기업의 증시 상장을 막아 자금조달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보복조치하겠다고 반발했고, 중국 기업들은 미 증시에서 철수하고 홍콩 증시로 옮기려는 분위기다.

 

앞서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외국 반도체 공급을 막고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미국 연기금의 투자도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위협도 가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3기 13차 회의가 2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만인대회당에서 개막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인대 대표단의 박수를 받으며 개막식장에 입장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외신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11월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 등 전 세계로의 코로나 확산을 방치했고 그에 따른 보상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다. 중국은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도덕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미 의회에서 중국에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묻는 법안이 추진되는 데 대해 “단호히 대응해 반격할 것”이라며 “어떠한 보상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우승 특파원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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