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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반도체 자국주의’ 움직임에 삼성 촉각

입력 : 2020-05-14 06:00:00 수정 : 2020-05-13 20: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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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 ‘리쇼어링’ 분위기 확산 / WSJ “美, 亞 의존 줄이려 자체 생산 추진” / 트럼프행정부, 대만 TSMC 유치 적극적 / 日도 인텔 등 생산공장 유치 추진 보도 / 삼성, 국내 중심 생산거점 전환 쉽지않고 / 경쟁사 美 공장 신설 두고보기도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미국과 일본에서 ‘반도체 자국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형 재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만의 TSMC로 알려졌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TSMC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대만 이외의 지역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와 협의했다”고 전했다. 인텔은 직접 특정 지역을 거론하며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할 충분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반도체 자국주의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는 ‘일본 정부가 인텔, TSMC 등의 생산과 개발 거점을 자국에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자국주의는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자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귀환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움직임과 맥을 같이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에서 필수적인 반도체 기술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앞서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중국제조 2025’ 비전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높은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 속에 반도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자급화 추진 계획에 주요 파트너로 거론되지만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스틴 공장에서는 14나노의 제품을 생산하고, 10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반도체는 국내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주로 생산한다. 미국 내 증설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중심의 생산거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고 인텔이나 TSMC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을 두고보는 것은 어렵다. 자칫 애플이나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초격차의 기술력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기술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은 무역 장벽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 비전을 내세우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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