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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살아숨쉬는 지중해의 보석 [박윤정의 파라다이스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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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4 07:00:00 수정 : 2020-04-23 14: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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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몰타 가는 길 / 시칠리아의 항구도시 포찰로 해변 걸으며 / 독특한 문화·푸근한 인심 느꼈던 여정 되돌아봐 / 페리 타고 몰타 향하며 또 다른 설렘으로 가득 / 작은 섬나라인 몰타 수많은 침략 받으며 다양한 문명들 융합 / 교회·궁전 등 아름다운 건축물 가득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 몰타는 지중해 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남유럽에 속하는 나라로, 세계문화유산 도시 발레타를 수도로 한다. 몰타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일상생활마저 위태로운 속에서 여행은 언감생심이 되었다. 특히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유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관광지와 휴양지들은 고요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휴식기를 끝낸 여행지를 다시 찾게 될 날을 기대하며 묶여 있는 마음을 위로하고자 여행기를 다시 연재한다.

지중해를 지배했던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던 시라쿠사를 떠나며 시칠리아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음 일정은 지중해의 보석 같은 섬 몰타로 이어진다. 몰타로 가기 위해서 시칠리아 남부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포찰로에서 페리를 이용할 예정이다.

오후 늦게 시라쿠사를 떠나 포찰로에 들어서니 태양이 지중해 너머를 붉게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포찰로 해변을 걸으며 시칠리아 일정을 되돌아본다. 시칠리아는 지중해 패권을 다퉜던 문명들의 다양한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켜왔다. 고대 역사서 같은 다채로운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으면서도 우리네 시골 같은 푸근한 인심과 다양한 먹거리로 여행의 재미를 일깨워 주었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니 떠나야 하는 시칠리아가 아쉽지만 발길을 붙잡는 듯 따라오는 모래를 떨쳐내고 다음 목적지를 위해 여객 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에는 몰타로 향하는 페리에 오르려는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세계 각국 여행객들과 함께 여권과 티켓 검사를 받고 여객선에 오른다. 여객선은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피곤함에 지쳐 잠시나마라도 잠을 청하는 사람들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탈리아어와 영어가 뒤섞여 왁자지껄한 공간을 지나 조용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구역은 구분되어 있지만 좌석은 지정되어 있지 않아 객실의 한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확보한 뒤 잠시 짐을 놓아두고 찬바람을 쐬러 선실 밖으로 나선다. 실내 불빛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니 칠흑 같은 어둠이다. 여객선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지중해를 가르며 남쪽으로 나아간다. 실내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다른 적막함이 쓸쓸함을 남긴다. 낮에 바라보던 아름다운 바다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몰타를 향하는 뱃길이 역사 속의 남긴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으로 들어선다.

몰타는 지중해 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남유럽에 속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세계문화유산 도시 발레타를 수도로 하며 인구 대다수가 셈어족에 속하는 몰타인으로 몰타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1934년 전까지는 이탈리아어도 공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아시아어족의 언어를 유일하게 사용하는 유럽의 나라로, 최근 영어 어학연수를 위한 한국 유학생들과 관광객들 방문이 잦은 나라이다.

몰타로 향하는 여객선 내부. 세계 각국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피곤에 지쳐 잠시나마라도 잠을 청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2007년 1월 미국 월간잡지 ‘인터내셔널 리빙’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추천되기도 한 매력적인 곳이다. 몰타인 외에도 미국인, 영국인, 이탈리아인, 인도인, 아랍인도 거주한다고 하니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관광지로도 제격일 듯싶다. 몰타는 6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남부 몰타 섬과 북쪽 고조 섬이 가장 크며 인구 90%가 남쪽 몰타 섬에 살고 있다.

작은 섬나라이지만 찬란한 신석기시대를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지어진 지 6000년 이상인 거석 구조물 유적들이 있으며 지중해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사원인 타르신 신전은 엄청난 규모와 함께 나비모양 등 복잡한 구조의 석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중해 중앙에 위치하다 보니 이슬람문화와 함께 라틴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카르타고, 로마제국, 시칠리아왕국, 에스파냐왕국 등의 지배를 받았으며 이번 여행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예정이다.

서기 60년에는 성 바울이 로마로 가는 도중에 난파되어 몰타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으며 870년에 아랍인들이 섬을 정복하기도 했다. 기사단의 지배가 시작된 1530년까지 몰타는 시칠리아 영향 아래 있었으며 시칠리아를 정복한 세력의 통치를 받았다. 몰타가 기사단 지배에 들어간 것은 스페인의 찰스 5세 때이다. 1530년에 찰스 5세는 일 년에 몰타 산 매 두 마리를 상납하는 조건으로 예루살렘 성 요한기사단에게 이 섬을 주었다. 700명의 기사들과 8000명의 몰타인들은 오스만제국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면서 몰타를 지켜냈다. 몰타는 기사단의 지배를 받으면서 여러 교회, 궁전 등이 건설되는 새로운 황금시대를 맞았으며 17, 18세기 유럽문화계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른다. 기사단 의뢰를 받아 카라바조, 마티아 프레티, 파브레이 등 당대 예술가들이 교회와 궁전을 장식했으며 이들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몰타는 1798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프랑스군에 점령되고 1800년 영국령이 되었다. 1964년 9월 2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몰타는 1974년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로 변경하였으며 2004년 5월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현재는 유럽연합, 영국연방에 속해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찬란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지중해성 기후 역시 매력적이다. 늦은 저녁, 아름다운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의 여정을 기대하며 여객선에서 내린다. 드디어 몰타에 첫발을 내딛는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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