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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동생 구하려 불길 뛰어든 형마저… 울산 형제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 2020-04-08 19:28:15 수정 : 2020-04-08 22: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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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식당일로 새벽 집 비운 사이 / 형, 라면 먹고 향초 피운 뒤 외출 /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형제 참변
8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형제가 숨진 울산시 동구 한 아파트 내부 모습. 울산=연합뉴스

부모가 식당 일을 하러 나가고 없는 새벽에 불이 나 잠자고 있던 초등학생이 숨지고 고등학생 형도 동생을 구하려다 숨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8일 울산 동부경찰서와 동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6분쯤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동생 A(9)군이 거실에서 숨졌고, 형 B(18)군은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B군은 집에 놀러온 친구와 오전 3시59분쯤 집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 앞 편의점으로 갔다. 15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편의점에서 친구와 함께 1분 30초가량 머문 B군은 음료수를 구입하고 편의점을 문을 나서면서 집에 불이 난 것을 목격했고, 그대로 달려 1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집을 나선 지 6분 만에 귀가했으나 이미 불이 번진 상황이었다. B군은 안방에서 자고 있는 동생을 베란다 쪽으로 옮겼으나 탈출하지 못했다. B군의 친구는 밖에서 화재신고를 하고, 소화기를 찾으러 갔다고 한다.

 

경찰은 B군이 불길을 피해 베란다에 매달린 뒤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식당에서 일을 하는 형제의 부모는 일 때문에 당시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친구의 진술 등을 토대로 B군이 친구와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초를 켜놓고 베란다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의 어머니는 1년 전쯤 A군 교육을 위해 경주에서 직장을 구하고 아들과 함께 지내며 울산 집을 오갔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학이 연기되자 A군을 울산 집에 머물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1997년 준공된 15층짜리 건물로 당시 규정상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형제의 집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화재로 아파트 주민 8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100여명이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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