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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노동생태계를 어떻게 바꿀까

입력 : 2020-04-04 04:00:00 수정 : 2020-04-04 03: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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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람을 일자리서 밀어내는 미래 기술 실업에 대처 해법 제시 / 사회의 분배문제 정부 책임 역설 / AI시대 일자리 패러다임 지침서
저자는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 정보화에 따라 인간의 업무 영역이 어느 때보다 깊이, 서서히 대체되며 일자리가 줄어든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부를 가진 집단과 인적 자본도 거의 없는 집단으로 나뉘게 된다”며 “미래의 과제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급증하는 빅테크의 힘을 제약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인공지능 플랫폼의 작동 양태를 형상화한 이미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AI), 정보화에 따라 앞으로 인간의 업무 영역이 어느 때보다 깊이, 서서히 대체될 전망이 우세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깊다.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인 저자의 이 책은 과학기술이 노동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정부와 기업,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체할지에 관한 해법을 제안한다. AI 시대 일자리 패러다임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아버지 리처드 서스킨드와 함께 쓴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는 일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파이낸셜 타임즈 등 영국 주요 언론으로부터 들었다.

1890년대 뉴욕과 런던에서는 ‘말똥 대위기’란 말이 돌았다. 수백, 수천마리의 말이 크고 작은 수레부터 짐마차, 승객용 마차 등 온갖 운송수단을 끌고 거리를 누볐다. 건강한 말이 하루에 싸는 똥이 무려 7∼13kg이니 머지않아 도심에 말똥 더미가 산처럼 쌓일 것이라는 우려도 당시 제기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1900년대 들어서자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1912년에는 뉴욕에는 말보다 차가 더 많아졌다. 수천년 동안 도시뿐 아니라 농장이나 들판에서 경제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물을 내연기관이라는 신기술이 몇 십년 만에 변방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197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러시아계 미국인 바실리 레온티예프는 “기술 진보로 말에게 일어난 일이 끝내는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했다. “말이 자동차와 트랙터를 밀려났듯이 우리는 컴퓨터와 로봇에 밀려난다”는 것이다. 말똥 대위기는 사라졌지만, 이때부터 노동자들은 기계와 잇단 기술 도입으로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를 갖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대결을 벌였다. 최고의 바둑 AI 프로그램과 바둑의 최고 인간 실력자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최종 결과는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세돌에게 승리했다. 충격적인 인간의 패배에 전 세계인들이 충격에 빠졌다. 당시에도 머지않아 하루아침에 AI에 밀려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들끓었다.

대니얼 서스킨드 / 김정아 / 와이즈베리 / 1만8000원

저자는 현대인들은 레온티예프가 느꼈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강조한다.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대한 공포감이 세계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 실업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퍼뜨린 것으로 신기술이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낸다는 개념의 핵심을 담고 있다. 미국 노동자의 30%, 영국 노동자의 30%가 20년 안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와 관련해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아직 상상하지 못한 일자리를 포함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설립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잃어버린 일자리를 보상할 만큼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으로는 AI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일이 줄어든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부를 가진 집단과 인적 자본도 거의 없는 집단으로 나눌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미래의 과제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급증하는 빅 테크의 힘을 제약하는 일이 될 것을 역설한다.

저자는 특히 극과 극으로 나뉠 사회의 분배 문제에 대한 정부 책임을 역설한다. 이러한 주장은 전체주의와 독재국가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정부를 이용해 모든 사람이 ‘파이’를 나눠 갖도록 보장하자는 것이다. 달리 말해 정부가 맡을 역할은 생산이 아니라 분배임을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며 국민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탄력을 주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일자리가 없어 소득이 없는 계층이 훨씬 확대될 것이므로 기존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부는 전통 자본의 보유처를 투명하게 파악하고, 신기술을 독점한 소수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는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을 더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개인의 데이터와 신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은 쉽게 독점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나날이 영리해지는 기계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수준 높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시대에 양극화, 불평등, 부, 기회의 문제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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