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개학, 4월9일부터 순차적으로… 입시일정도 조정”

중대본 회의서… 형태는 온라인 개학 유력

31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으로 시범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수원=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각급 학교의 개학일을 4월9일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애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차례 개학일을 연기해 4월6일까지 미뤄졌으나, 여전히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 개학 연기를 시사한 것이다. 개학 형태는 ‘등교 개학’이 아닌 ‘온라인 개학’이 유력해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준비 상황과 아이들의 수용도를 고려해 다음 주 중반인 4월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고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아 대안으로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총리는 온라인 개학을 놓고 일각에서 인프라 문제와 여건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며 “모든 아이들에게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돼야 하고, 적응기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시험과 입시일정도 그에 맞춰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학일이 추가로 미뤄질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각종 입시일정 역시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주부터 지역사회와 교육계, 학부모들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들었다”면서 “아직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많은 분의 의견이었고, 방역 전문가들의 평가 또한 다르지 않다”고 개학 추가 연기를 들고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어 “매일 적지 않은 수의 코로나19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는 “학교를 매개로 가정과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그동안 감염 위험을 대폭 낮추기 위해 방역 역량을 총동원해 노력했지만, 아이들이 안심하고 등교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밝혔다. 이어 정 총리는 “우리 아이들의 학업과 입시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한 일이라 국민께서 관심이 크신 줄 안다”며 “오늘 회의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방안을 기초로 논의해 결론을 내리고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학과 연계해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조절하는 시기와 방법도 신속히 검토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일을 4월6일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개학일이던 이달 2일에서 세 차례 연기해 이 같이 정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개학을 할 경우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학습권과 입시 등 교육행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어 정부는 고심을 거듭해왔다. 정 총리는 지난 28일에는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개학일정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교육감은 4월6일 등교 개학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