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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타격에도…서울대 한국어학당 강사, ‘유령’ 오명 벗고 무기계약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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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9 11:56:41 수정 : 2020-03-29 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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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휴직 신청이 급증하는 등 고용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대 부속 언어교육원에서는 한국어 강사들이 전원 비정규직 신분에서 벗어나 무기계약직으로 최종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소원 서울대 언어교육원장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다 같이 이 위기를 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29일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따르면 소속 한국어 강사 총 75명 중 시간강사로 일했던 36명이 이달 학교 측과 무기계약 전환 계약을 완료하면서 75명 전원이 언어교육원 전임교원 직위를 얻게 됐다. 한국어 강사는 외국인 어학연수생과 교환학생 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최근 몇 년 새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대학 부설 한국어학당을 찾는 유학생이 늘면서 강사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시간강사들은 이번 무기계약 전환 완료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당초 한국어 강사들은 대학 내에서 ‘유령’ 같은 존재였다. 대다수의 강사가 고등교육법상의 교원도, 기간제 및 단기근로자 보호법에 근거한 노동자 신분도 아닌 ‘강사 아닌 강사’ 취급을 받으며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가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물꼬가 트였고, 한 사업장과 2년 이상 연속으로 계약한 기간제 근로자는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한다는 기간제법에 따라 지난해 6월 언어교육원과 ‘강사 전원을 무기계약 전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협약 체결 이후에도 최종 합의를 이루기까진 9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학교 측이 내민 새 표준근로계약서엔 기존보다 근무시간이 1년에 12주, 약 3달가량 늘어나 있었다. 그간 한국어 강사들은 10주 강의 후엔 3주간 다음 강의를 준비하는 ‘방학 기간’에 들어갔는데, 학교 측에선 1년에 4번 있는 이 방학 기간에도 근무할 것을 요구했다.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32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한 협상 끝에 한국어 강사 측은 기존 주 32시간 근무를 유지하며 방학 기간을 재택근무로 대체할 수 있었다.

 

양측이 근로조건에 합의하자 이번엔 코로나19가 언어교육원을 강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어교육원에 등록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학교 측에선 학생 수가 줄다 보니 자연히 수업도 줄게 돼, 강사 1인당 연간 의무 시수 640시간을 채워줄 수 없다며 무기계약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대 한국어 강사들은 이에 ‘시수 십시일반’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정규직인 전임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무급 휴가를 떠나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해 무기계약 전환을 앞둔 비정규직 강사들에게 시수를 넘겨준 것이다. 김미연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는 “당초 강사 1인당 책임시수가 주당 16시간인데, 휴가·휴직 등을 이용한 결과 대다수 강사들의 시수가 주당 20시간을 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소속 강사 전원이 무기계약 전임교원 직위를 얻게 된 데 대해 “(무기계약 전환은) 해주기로 약속했던 것이고, 다들 자질이 있고 자격이 충분해 계약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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