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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훨씬 더 안전”… 美 교민·유학생들 탈출행렬 가속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26 18:33:18 수정 : 2020-03-26 2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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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확진자 폭증에 귀국 러시/ 대학 등 8월 말까지 사실상 휴교/ 뉴욕 비상선포 후 한국행 급증/ 국내 항공사 경영난에 운항 감축/ 귀국 느는데 항공권 품귀 발 동동/ 미국선 부족한 의료장비 쟁탈전/ 네일·문신숍에 마스크 기부 요청
인천공항에 ‘워킹 스루’ 진료소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버스탑승장에 설치된 개방형 도보이동(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하상윤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흘 연속 1만명씩 증가하는 등 폭증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유학생과 교민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의료장비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한 데다 주별로 휴교기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 한인사회 등에 따르면 캔자스주에 이어 한인들이 많은 버지니아주가 사실상 8월 말 여름방학 때까지 휴교를 결정하는 등 대부분의 주들이 휴교기간을 늘리면서 한국 학생들의 ‘탈(脫)미국’이 이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 지역의 한 대학생은 “휴교 후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굳이 상황이 악화하는 미국에 남을 이유가 없어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귀국 예정이었던 주재원 및 공무원의 가족들도 귀국을 앞당기고 있다. 워싱턴의 한 주재원은 “학교가 가을에야 문을 연다고 해서 아이들을 생각해 가족만 4월에 먼저 귀국한다”고 밝혔다. 애틀랜타의 한 교민도 “학교, 학원, 여름캠프 등 모든 교육이 멈춘 상황이라서 아이들만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여객기를 타고 귀국한 무증상 내국인들이 귀가하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가운데 내국인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관할 보건소에서 입국 후 3일 이내에 검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뉴저지주에 사는 교민도 페이스북에 “미국의 비싼 의료비 때문에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는데 당분간 한국에 거주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이 훨씬 더 안전해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한 패션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하다가 이번주부터 ‘레이오프’(일시해고) 상태”라면서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해고될 것 같아 귀국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노선이 사실상 막히면서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을 거쳐 본국에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중국 유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마스크는 물론 방호복에 물안경까지 착용하고 비행기를 탄다고 덜레스 공항 관계자는 귀띔했다.

때아닌 3월 ‘귀국 러시’가 이어지면서 한국행 항공권은 일부 날짜가 매진되거나 2000∼3000달러짜리 이코노미석이나 8000달러 이상의 비즈니스석 등 ‘비싼 표’만 남았다. LA지역 한 여행사는 “한국행 비행기가 거의 만석”이라고 밝혔다. 뉴욕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한국행 항공기의 탑승률이 급격히 늘어 90%에 달해 4월 첫주까지 한국행 항공권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원 비행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조기 귀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4월 미주노선 운항을 절반으로 줄였는데, 적자 누적으로 4월에는 덜레스∼인천 노선 운항을 아예 중단하는 등 미주노선 추가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 여행객은 일시 증가했지만 미국행 비행기는 좌석의 10∼20%만 채워서 오고 있어서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행 티켓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져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7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의료장비 쟁탈전을 벌이거나 주요 정책에서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일리노이주의 의료장비 확보팀은 영업을 중단한 네일숍과 문신숍 등에 전화해 마스크와 장갑 등의 재고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산소호흡기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에 전화하면 어김없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나 다른 주 정부가 경쟁자로 등장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주는 산소호흡기 품절사태에 동물용 호흡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4월 12일) 전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를 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것과 관련해 뉴욕과 워싱턴, 캘리포니아주 등은 ‘부활절 시간표’를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개방형 선별진료소가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정부와 연방정부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일례로 12개주 이상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의 경우 주마다 검사 대상과 기준이 달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통일된 기준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2분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6만8960명, 사망자는 104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확진자 수는 나흘 연속 매일 1만명 이상 증가했다.

한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본국에 귀환하거나 해외에 파견되는 모든 미군 병력의 이동을 60일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 세계 기지의 보건방호태세는 두번째로 높은 ‘찰리’ 등급으로 높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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