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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체온 치솟는데 의사는 진료보다 코로나19 감염여부 더 신경쓰는 듯 했어요"

입력 : 2020-03-23 07:46:51 수정 : 2020-03-23 07: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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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을 하다 보면 일반 환자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 악화·사망하는 사례 생긴다"
대구 요양병원과 의료기관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25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대구=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경북지역 의료진이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면서 발열 일반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혼란기에 발열 환자가 보건소와 상급병원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뒤 치료받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환자들은 선별진료소 방문 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여전히 발열 증세를 보여도 약을 먹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반 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 딸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바깥출입을 삼가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3주간 집에 머물렀으나 지난 14∼16일 39도 이상의 고열을 보였다.

 

모녀가 지역 보건소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한 대학부속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결과 폐렴 증상이 있었으나 병원 측은 입원치료 대신 이틀분 약을 처방했다.

 

이후 열이 더 오른 상태에서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또다시 약을 처방할 따름이었다.

 

지난 18일 개인병원 2곳을 방문한 후 대학부속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소년의 사례로 인해 청소년 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A씨는 "폐렴 증상을 보이다 숨진 17세 소년은 고열에도 불구하고 입원 치료 등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 숨지지 않았느냐"며 "코로나19 때문에 일부 의료진은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기관들이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하느라 일반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에는 60대 남성 B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경북지역 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나타나 12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다.

 

2차례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의료진은 혹시나 하는 우려에 방호복을 착용한 채 B씨를 병원 안으로 데려가 복부와 가슴 CT를 찍었고 맹장염으로 확인했다.

수술 후 격리된 상태로 회복 중이던 B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발열 등 증상을 보일 경우 가벼운 증상이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음성 판정 시 응급실로 안내받을 수 있다"며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선별진료실에서 검사받고 응급실 치료를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짧으면 6시간 정도, 길면 하루 정도 열 등에 시달려야 한다.

 

집에서 약을 먹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대구 상황은 평시와 달리 워낙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이럴 때 대비해 일반 환자를 돌볼 병원을 국가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감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을 하다 보면 일반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서 악화·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 20일 "의료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해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적인 응급환자, 중증환자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일반환자 진료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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