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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대구 경북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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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8 22:20:32 수정 : 2020-02-28 22: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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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호가스의 ‘난잡한 술자리’

18세기 런던은 더럽고 도둑과 부랑아들로 들끓었다. 영국이 명예혁명에서 시작된 민주사회로 전환기의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미술은 이런 사회에 교훈을 주려 했는데, 당시를 대변한 작가가 윌리엄 호가스였다. 그는 혼란에 빠진 영국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서 교훈을 주는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인 작품은 연작 형태로 그린 ‘탕아의 일생’이다. 여기서 호가스는 방탕하고 나태한 생활에 빠진 탕아가 결국 정신병원에서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8장의 그림으로 나타내서 청교도적인 교육을 강조했다.

구두쇠였던 아버지가 죽고 나자 상속자인 아들이 아버지가 모아둔 재산을 쓰면서 다른 삶을 살아가려 한다. 벽난로에 땔감들을 가득 채우고, 양복장이를 불러 새 옷도 맞추며, 사교계에 진출해서 춤과 펜싱도 배운다. 뿐만 아니라 탕아는 건달들과 어울리며 술과 여자에 파묻혀 물려받은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한다. ‘난잡한 술자리’는 호가스가 그때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술에 취한 탕아가 반쯤 누워 있는 자세로 두 여자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저기서 음탕한 남녀의 괴성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그들 모두 화려한 의상을 입고,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려 한다.

양식적으로는 호가스가 인물들의 다양한 자세를 다채로운 색상과 명암 대비로 담아내서 난잡하고 퇴폐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인물들의 성격을 얼굴뿐만 아니라 의상과 행동을 통해서 표현했고, 빛과 색의 배합이나 인물들의 배치도 강조한 점에서 수준 높은 질적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봄의 환희를 맞을 줄 알았는데 사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전국 어디 한 군데 안전한 곳은 없지만, 특히 대구·경북의 피해가 막심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시대 탕아인 정치인과 요설가들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날뛰고 있다. 다른 나라 일처럼 말하는 장관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반면 아픔을 함께하려는 전국의 의료인들과 성원이 답지한다는 미담도 들려온다. 이 난국이 슬기롭게 빨리 매듭지어지질 바라며 대구 경북 파이팅!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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