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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 문 닫고 시험 연기… 공시족 집단 ‘패닉’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6 20:33:14 수정 : 2020-02-26 20: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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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공채 등 29일 3개 시험 취소 / 3월 예정 9급 등도 ‘도미노’ 우려 / ‘감염 우려’ 학원 휴원에 학업 차질 / “수년 준비한 공부 수포 될라” 울먹
휴원 안내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26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학원 현관문에 긴급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일대 공무원 시험 학원 수험생들이 갑작스러운 학원 휴원으로 ‘집단패닉’에 빠졌다.

밀폐된 강의실에 많게는 수백명씩 모여 강의를 듣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 학원이 급히 휴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3, 4월에 공무원 시험이 집중된 상황에서 시험일정에 맞춰 작성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노량진역 ‘공시촌’ 일대는 수험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썰렁했다. 휴원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해 학원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수험생들만 종종 눈에 띄었다.

25일 코로나 19 예방 차원에서 서울 노량진 학원들이 휴원하자 점심시간 북적거려야 할 노량진 거리가 컵밥 매점이 문을 닫는 등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월에 있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한 달 정도 남은 시험을 앞두고 최종 정리가 필요한 과목을 수강 중이었는데 학원이 문을 닫아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며 “방역작업만 끝내고 하루빨리 강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근 자취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전날 인사혁신처가 29일 시행예정인 국가직 5급 공채,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시험,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하자 해당 시험 수험생들은 술렁거렸다. 공시촌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시험 일정에 맞춰 준비를 해왔는데 갑자기 취소돼 당혹스럽다”고 했다. 일부는 “밀폐된 강의실에 100명이 넘는 수험생이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불안하기는 했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3, 4월 예정된 시험까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학원 강의실 복도가 텅 비어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서울 소재 사설 학원과 교습소 전체에 대한 휴원 권고를 발표했다. 뉴스1

노량진에서 4개월째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25·여)씨는 “9급 시험이 3월인데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면 시험이 연기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3월에만 세 차례 시험이 치러질 예정인데, 이번 경우처럼 시험 며칠 전에 연기를 결정하면 수험생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는 등 시험 준비에 혼선을 빚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공시생’ 2년차인 이모(30)씨는 “코로나19 탓에 불안감이 있었고 수험생들 사이에 시험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며 “준비를 많이 한 수험생은 아쉬울 테고 준비를 못한 수험생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등 각자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험공부 풍경도 달라졌다.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많게는 수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시원이나 스터디카페 등에서는 옆자리에서 기침소리만 들려도 가방을 챙겨 옮겨다니는 ‘메뚜기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이 모여 시험정보를 나누거나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그룹도 찾아보기 힘들다. 고시원 생활을 하는 수험생들은 식당에서 감염될까봐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조리해 먹기도 한다.

25일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휴원에 들어간 서울 노량진 종로학원의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한 수험생은 “학원대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던 중 옆 사람이 기침을 해 고시원으로 가고 있다”며 “취업을 못해 걱정이 태산같은데 코로나19까지 신경써야 하니 참 힘들다”고 말했다.

학원들도 수험생들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락을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방’을 운영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고객인 수험생 등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면서 노량진 상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카페 운영자 박모(33)씨는 “수험생들의 얼굴이 예전 같지 않고 희망적인 대화가 별로 없다”며 “지난주 대비 일일 매출 기준으로 30% 정도 감소한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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