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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생” 이낙연 vs “정권심판“ 황교안… 종로 ‘미니대선’ 관전해보니

입력 : 2020-02-22 13:00:00 수정 : 2020-02-22 1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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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번지’ 종로에서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다.”(이낙연 전 국무총리)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갖고 종로에 출마했다.”(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여야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4·15 총선 대결이 서울 종로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뚜렷한 당색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는 종로에서 두 후보의 대결은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무총리직에서 내려온 지 8일 만인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출마를 공식화한 이 전 총리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을 이어받아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고심 끝에 지난 7일 ‘정권심판’을 외치며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시민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종로구 낙원동 일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종로의 중심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서를 나눠 표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종로의 ‘부촌’으로 꼽히는 서쪽을 중심으로 보수층 잡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젊은층과 서민이 많은 동쪽을 기점으로 ‘정권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지지층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종로구는 인구밀도가 낮고 주민들의 정치색이 적은 지역인 만큼 2개월도 채 안 남은 총선의 향방을 두고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강남에서 종로로 이사 온 이낙연·황교안...‘거주지’ 선정부터 깔린 총선 전략

 

종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2018년 서울시 인구밀도 통계에 따르면 1㎢당 6817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 전체 인구밀도 평균(1㎢당 1만6604명)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종로에 사는 주민(16만3026명) 역시 서울시내에서 중구(13만5633명) 다음으로 적다. 구내에 업무, 상업시설이 많은 까닭이다.

 

자연히 주민 거주지도 한정돼 대형 아파트 단지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이번 총선을 위해 각각 종로 서쪽, 동쪽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에 자리를 잡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세집을 얻은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자이 아파트. 안승진 기자

이 전 총리가 선택한 곳은 교남동의 ‘경희궁 자이’ 아파트다. 업계에 따르면 이곳은 종로 서쪽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로 1~4단지까지 약 25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특히 2017년 2월에 지어진 신규 아파트로 거주자들은 종로에 오래 살던 주민보다 타지에서 온 주민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경희궁 자이) 2단지는 강남에 살던 고령층 주민이 많이 넘어와 살고 있고 3단지는 덕수초등학교 인근이라 회사를 광화문 인근에 둔 젊은 층들이 주로 살고 있다”며 “대부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새로운 입주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30평대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전세가는 약 9억2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세집을 얻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남아파트. 안승진 기자

황 대표는 명륜동 ‘아남아파트’를 선택했다. 이 지역은 혜화동 대학로 근처로 젊은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1인가구 등 소규모 주택 단지가 밀집된 곳 사이에 위치해 있다. 황 대표가 졸업한 성균관대학교와도 멀지 않은 거리다. 아남아파트에는 약 65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혜화동 인근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아파트는 주상복합형으로 만들어져 마트 등 상업시설이 아래층에 위치해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아남아파트는 2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로 거주자나 연령에 따른 특징은 별로 없는 곳”이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 등이 살았었는데 너무 오래된 얘기고 서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을 (황 대표가)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이곳의 전세가는 5~6억원대로 알려졌다.

 

두 후보의 이 같은 거주지 선택은 저마다 소속 정당의 ‘약세’ 지역으로 평가되는 지역에 찾아가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종로에서 당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지역은 사직동, 평창동 2곳뿐이었다. 이는 이 전 총리가 전셋집을 얻은 교남동 인근 ‘부촌’들이다. 반면 황 대표가 전셋집을 얻은 혜화동의 경우 오세훈 후보 3458표, 정세균 후보 5514표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크게 밀린 곳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두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뿐 아니라 대선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주지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서로 종로에서 승부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표를 받으면 이길 수 있다는 의지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봤다.

 

◆ 초반부터 엇갈린 둘의 유세 전략 ‘지역민심 잡기’ vs ‘정권심판론’

 

총선을 두 달가량 남긴 시점에 시작된 두 후보의 유세를 살펴보면 일단 전반전은 완전히 상반되는 양상이다. 이 전 총리는 집권당의 총리 출신답게 지역 정책 이슈에 관심을 가지며 구민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반면 황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민생경제를 꼬집으며 젊은 층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찾아 재개발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이 전 총리는 ‘출근길 인사’와 함께 ‘이낙연 만나러 갑시다’라는 행사를 통해 종로구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오전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사를 시작으로 11일 종로3가역, 12일 무악동, 13일 동대문역, 14일 혜화역 순으로 ‘1번 이낙연’이라고 적힌 파란색 선거용 점퍼를 입고 아침 인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부터는 종로6가 선거사무소를 찾은 시민들과 만나는 ‘이낙연과 만나러 갑시다’라는 행사도 시작했다. 이 전 총리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선거사무소에서 구민들과 ‘대화의 장’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1주일 동안 사직2구역 재개발사업,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따른 교통문제, 종로구 주차문제 등을 지적하며 주로 ‘지역 현안’을 챙기는 행보에도 나섰다.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선거는 처음 경험하는 황 대표는 야당 대표답게 종로 일대 지역 상권을 찾아 ‘민생경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종로는 경제의 중심지였고, 정치의 중심지였는데 지금 보니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문을 다 닫은 상황”이라며 “종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합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에는 혜화동 로터리 일대, 16일 익선동 상가를 찾아 역시 지역 상인들에게 “경제를 살리겠다”고 거듭 말하는 등 부쩍 지역경제를 강조했다. 황 대표는 종로 혜화동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과 독실한 기독교인이란 점을 강조하며 성균관을 찾아가 성균관장을 만나거나, 종로에 위치한 기독교단체 관계자들과 회동하는 등 종로와의 ‘인연’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종로의 지역적 특성을 보면 주민 중 50대 이상이 49%여서 야당 대표인 황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가져가고 있고, 집권당의 힘을 가진 이 전 총리는 ‘지역개발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가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등 5차례나 선거를 치러 모두 이긴 이 전 총리인 만큼 선거를 처음 치르는 황 대표는 ‘정권심판’ 외에 다른 전략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교수는 “황 대표에겐 혜화동의 청년 등 20대 젊은층 표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유세 초반을 넘어가면 이를 위한 외부인사들의 지원도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선거 초반은 ‘이낙연 우세’…중반 이후 결과 “장담 못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17일부터 18일 이틀간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51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한 결과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54.7%, 황 대표의 지지율은 37.2%로 17.5% 포인트 격차로 이 전 총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전 연령대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특히 18세에서 29세(31%포인트 격차), 그리고 40대(30.1%포인트 격차)에서 나란히 높은 격차를 보였다.

 

종로의 정당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이 46.2%, 미래통합당이 38.7%를 기록해 7.5% 포인트 격차로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3%포인트이며 4.4%의 응답률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초기 여론조사에선 이 전 총리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중반 이후 결과는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초반에는 인지도가 앞서는 이 전 총리가 앞서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도 “중반에 들어가서는 중간층, 무당층 등 양대 진영에 쏠려 있지 않은 이른바 ‘스윙보터’를 공략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황 대표가 첫 출발은 정권심판이지만 민생정책 시행 쪽으로 점차 방향을 잡을 것이고 이 전 총리는 승부 굳히기를 노릴 것”이라며 “선거 직전까지 프레임 전에 따라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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