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택가 한복판에 리얼돌 체험방?…"자녀들 볼까 불안"

입력 : 2020-02-16 12:00:00 수정 : 2020-02-16 09:05: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천의 한 신도시 오피스텔 앞에 세워진 리얼돌 체험방 홍보 입간판(왼쪽). 주민 반발에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왼쪽)·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분 나쁘죠. 여기는 아이들도 많은 동네인데….”

 

인천의 한 신도시에 사는 이모(39)씨는 지난달 말 인근 마트에 들리는 길에 ‘리얼돌 체험’이라고 적힌 전단지가 붙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여성의 모습을 본딴 인형들의 사진을 본 이씨는 행여 4살 자녀가 볼까봐 화들짝 놀라 광고물을 뗐다. 이씨는 “동네에 학교가 있어 길거리에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지나다니는데 이런 업체가 들어와 있다는 것에 눈을 의심했다”며 “상대가 인형이라도 불법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지역과 교육시설이 밀집한 신도시에 ‘리얼돌 체험방’이 들어섰다는 소식에 이 지역 맘카페도 들썩였다. 지역 주민들은 관련 게시 글에 “신도시에서 내쫓을 방법이 없는 거냐”, “창피한 줄 모르고 대놓고 영업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등 공분의 댓글을 남기며 지자체를 상대로 단체 민원 제기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업체가 입주했던 오피스텔도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결국 해당 ‘리얼돌 체험방’은 근처로 장소를 옮겼다. 다만 영업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리얼돌 체험방’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민원이 많아 홍보물과 전단지는 모두 없앤 상태지만 리얼돌 체험 수요는 오히려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용품 '리얼돌'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사진은 해당 업체에서 개당 약 600만원에 판매하는 리얼돌 모습. 연합뉴스

◆ “‘리얼돌’은 음란물 아냐” 대법원 판결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리얼돌 체험방

 

‘리얼돌’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딴 인형을 말한다. 인천세관은 2017년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했는데,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리얼돌은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다양한 리얼돌을 자유롭게 수입·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물품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할 만큼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표현, 묘사한다고 볼 수 없다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등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단순히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은밀하게 운영되던 일명 ‘리얼돌 체험방’이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상가와 오피스텔 등을 빌려 거의 대부분 남성인 고객이 방에서 여성을 본딴 인형과 시간을 보내게 하는 식으로 영업에 나섰다. 법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아니지만 비슷한 행태인 셈이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인 요소가 부쩍 강조된 인형들의 사진과 다소 낯뜨거운 사용 후기 등을 공유하고 있다.

 

전국에 60여곳의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하는 업체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국 ‘리얼돌 체험방’은 수백 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문구를 내건 한 업체는 전국 69곳에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 중이었고 48곳에서 대리점을 추가로 모집하고 나섰다. 다른 리얼돌 체험방 업체도 전국 12곳에 매장을 열면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업체도 홈페이지에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100% 실리콘 리얼돌”이라며 ‘합법’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리얼돌 체험이 유흥업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성인용품점 등 ‘자유업종’으로 등록한 뒤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주택가에서 대놓고 영업…홍보 전단지·입간판까지

 

이처럼 리얼돌 체험방 업체들이 주택가에 입간판을 세우거나 전단지 등을 돌리며 적극적 홍보에 나서면서 인근 주민들은 공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리얼돌의) 수입, 제작, 사용에 대한 자유권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이 제품을 활용하여 도심 내 오피스텔 및 상가에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장소 및 제품을 대여해주는 ‘리얼돌 체험방’ 사업은 풍속적, 교육적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유흥가가 아닌 주거지역 (아파트 단지 바로 앞), 특히 초등학교에서 반경 600미터도 안 되는 위치에 있는 오피스텔과 상가 등 청소년과 아동의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내에 입주한다는 것은 사업 허가를 내준 것을 입주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1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은 14일 기준 약 17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주거지역 내 리얼돌 체험방 금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신종 업종인 리얼돌 체험방에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만큼 주민 목소리를 반영한 공론화 과정이 따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현재 자유업으로 등록된 리얼돌 업체를 수사기관이 나서 법적으로 단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주거 및 교육 환경을 해칠 우려가 분명히 있고 성적 행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먼저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도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신종 풍속 유해업체가 등장했으나 그를 단속할 행정법규 마련은 지연되는 것으로 일종의 ‘입법적 지체’라고 볼 수 있다”며 “조속하게 단속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