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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활동 두번째… 한국 관객 섬세하게 감상하는 모습 인상적”

입력 : 2020-01-29 02:00:00 수정 : 2020-01-28 20: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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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여주인공 전나영 / 네덜란드 헤이그서 태어난 교포 3세 / 해외서 ‘레미제라블’ 판틴 役 등 맡아 / 더블캐스팅 체제… 연기에 몰입 장점 / 가장 아끼는 배역은 ‘미스 사이공’ 킴 / 한국어 발음은 아직도 넘어야 할 벽 / 한국에 정착해 부모님과 살고 싶어
“오디션 비결이요? 저는 오디션장에 딱 한 가지만 보고 가요. 내 안에서 심장이 뛰는 열정, 진심을 믿고 갑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바쳐요. 두려움이 없어서 오디션을 잘 보는 거 같아요. 물론 건강한 긴장은 있죠.”
뮤지컬 ‘아이다’에서 열연 중인 네덜란드 교포 3세 출신 배우 전나영. “내가 아이다라면 나 역시 사랑을 택했을 것 같아요. 민족을 이끌어 가는 공주로서는 많이 부족했을 텐데 아이다는 적국에 노예로 잡혀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힘을 찾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배우 전나영은 대작 ‘아이다’의 여주인공으로서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교포 3세로 태어나 네덜란드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싱가포르 등에서 ‘미스 사이공’ 여주인공 킴, ‘레미제라블’의 판틴, ‘왕과나’의 텁팀 등으로 활약했다.

전나영의 국내 활동은 두 번째다. 2015, 2016년 ‘레미제라블’의 판틴과 ‘노트르담드파리’의 에스메랄다로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났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는 완전 달라요. 그때는 우리말은 집안에서만 쓰며 자랐던 교포로서 한국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했어요. 지금보다 어릴 때라서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고 싶은 그런 마음이 컸죠. 지금은 안정적이고 무대에 집중이 더 잘됩니다.”

설 연휴 전 공연을 앞둔 전나영을 극장에서 만나 우리나라와 뮤지컬 1번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관객 문화 차이점에 관해 물었더니 “한국 관객이 정말 섬세하게 감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관객이 더 자주 보러 오고 더 마음을 열고 보는 거 같아요. 런던은 워낙 유명한 무대이다 보니 관광객이 많아요. ‘런던에 왔으니 한번 봐야지’ 식인데 여기는 정말 작품을 사랑하거나 궁금해하고 출연진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보러 오는 게 느껴집니다. 또 런던에서 판틴을 연기할 때는 나 혼자 일주일에 여덟 번씩 무대에 오르다 보니 너무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무대에 오를 때도 있었는데 한국은 더블캐스팅 체제이다 보니 경쟁도 있지만 충분히 쉬며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에요.”

전나영이 맡았던 킴이나 판틴, 아이다는 뮤지컬 배우라면 모두 맡아보길 꿈꾸는 배역이다. 그것도 전나영은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만든 명제작자 캐머론 매킨토시가 직접 고른 배우다. 전나영은 “전부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과 배역들이지만 정말 뜻깊은 작품은 ‘미스 사이공’이다. 어릴 때 처음 주인공을 맡아 정말 힘들었다. 우울하고 심리적으로도 괴로운 작품이었지만 내 미래의 씨앗이 되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가끔은 ‘어떻게 이렇게 행운이 많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 배역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 배역을 생각해서 마음이 뜨거워지면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관계자를 만나고, 오디션을 하고, 그러면 다른 프로듀서가 또 보러와서 다시 인연이 생겨났습니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꿈을 크게 꾸고 열정이 넘쳤어요. 누가 보면 ‘바보같다’고 하겠지만 ‘나를 막는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번 아이다 출연은 오디션에 두 번 도전한 끝에 얻은 기회다. 2016년 공연 때는 오디션에서 쓴잔을 마셨다. 서툰 한국어 발음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 활동에 중점 두려는 전나영에겐 넘어야 할 벽이다. “(이번 아이다에서도)오디션을 볼 때는 흔들림 하나 없이 잘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 ‘나영이가 교포인데, 대사 나오는 작품이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주변 걱정이 저한테까지 들어오면서 없던 걱정이 생겨났어요. 물론 자신 있었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지’ 하면서 엄청 연습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제 한국말이 어떤지 보고 있다고 느껴져요.”

“아이다처럼 사랑하면 사랑밖엔 안 보인다”는 전나영은 이번 공연에선 사랑의 또 다른 면모도 발견했다. 적국 장수 라다메스와 어두운 돌무덤에 갇히는 후반 장면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매번 눈물을 안 흘릴 때가 없다. 객석에서 보는 대로 잠시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는데 나도 두렵지만 ‘내가 사랑하는 라다메스가 얼마나 힘들까. 끝까지 그에게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려울 때 내가 어떻게 미소를 지어주면 그에게 힘을 주고 빛을 줄까 하는 생각이다. 연기가 그런 거 같다. 내가 무대 위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보다 나의 행동과 대사, 노래로 상대방을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포 3세로서 전나영은 모국에 대한 특별한 정서를 네 살 때 비디오테이프로 처음 본 후 몇 번이고 다시 본 영화 ‘서편제’에서 처음 느꼈다. “영화 서편제에서 제일 사랑하는 장면이 주인공 동호가 방에 들어와 판소리 ‘심청전’을 위해 북을 딱 치는 순간 ‘얘가 내 동생이구나’ 하고 여주인공이 알아차리는 순간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 부분, 물에 빠지는 대목을 듣고 따라 했는데 이 얘기를 들은 친구가 ‘네덜란드에서 이방인으로 자란 너도 심청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예요. 제 아빠는 공부도 잘했고 책도 많이 보고 생각도 뚜렷한 훌륭한 분인데 (사업상 영어만 잘하고 네덜란드어는 못해서)친구들 앞에서 제가 창피했어요. 가게에서 우유 살 때조차도 제가 도와 드려야 해서 속상할 때가 많았는데 마치 심청 아버지처럼 제 아버지 역시 네덜란드에선 앞 못 보는 신세인 거예요. 어린 나이에도 서편제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그런 걸 느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아빠를 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왔구나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어요. 내가 지금 한국에 온 것은 사랑하는 뮤지컬을 하고자 온 것이지만 이곳에서 잘 정착해서 부모님을 한국에 모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태원 해방촌에서 다시 시작한 서울 생활에 전나영은 단단히 뿌리를 내릴 생각이다. 인터뷰 장소에는 전나영이 얼마 전 쿠팡에서 산 게 너무 많아 주변과 나누려 들고 온 김치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 나의 중심은 서울집입니다. 예전엔 어디 있어도 가보고 싶은 데가 또 있었고, 언제 또 떠날까 했는데 지금은 여기에서 다른 창작도 하고 싶고 예능 쪽으로도 나가보고 싶어요. 한국이 친척, 친할머니도 계시고. 어떤 예능이요? ‘나 혼자 산다’ 나가면 잘할 자신 있어요. 하하하.”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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