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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역습… 되풀이되는 ‘전염병 공포’ [뉴스분석]

, 우한 폐렴

입력 : 2020-01-28 06:00:00 수정 : 2020-01-28 07: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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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등장 때마다 ‘몸살’ / 2012년 메르스, 2013년 A형 조류독감 / 2014년 에볼라, 2015 지카바이러스 발병 / 도시화·교통·첨단과학 진보로 접촉 빈번 / 빈도 높아지자 돌연변이… 치명적 파괴력 / 동물→인간 전염 스필오버 현상 잦아져 / 국내, 해외 여행객 늘자 감염병 유입 급증 / 질병관리본부 ‘신규오염지역 재안내’ 조치
26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있는 옵틱스 밸리 광장 인근을 촬영한 항공사진.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수천명대로 급증한 가운데 바이러스 진원지인 이곳 거리는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매우 한산해졌다. 우한=신화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또다시 전 세계가 전염병 공포에 벌벌 떨고 있다. 에볼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우한 폐렴 등 되풀이되는 전염병의 대습격은 지구촌 세계화가 불러온 ‘바이러스 세계화’의 역설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염병 발병은 이미 연례행사가 됐다. 최근 20년간 전염병 창궐 사례를 살펴보면 2003년 사스를 비롯해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3년 A형 조류독감, 2014년 에볼라, 2015년 지카 바이러스 등 대륙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역습’이 잦아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전염병 공포…인간이 부른 바이러스의 대역습

대부분의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한다. 도시화와 교통 발달, 첨단과학의 진보로 과거에는 접촉이 없었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다. 처음에는 동물 간 감염만 되다가 점점 인간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인간에게 감염되는 형태로 변이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물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접촉이 많아진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며 “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지기가 쉽지 않지만, 접촉 빈도가 많아지다 보니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자체는 숙주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숙주에 기생하기 위해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에게 옮겨지면 치명적인 파괴력을 갖게 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스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원해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다. A형 조류독감의 H7N9 바이러스의 경우 오리 등 조류에게서 옮겨지다가 결국 인간에게 전파됐다. 2013년 중국에서 발병할 당시 H7N9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처음 확인됐다.

문제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이러한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의 매년 이런 감염병은 인간 사회를 급습하고 있다.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숙주에 옮겨가기 위해 스스로 변이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이번 우한 폐렴처럼 전파력이 강하거나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치사율이 유독 강한 바이러스들도 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 기니 등지에서 자주 발병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치사율은 50∼90%에 육박한다. 2014년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에 2만8610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만1310명이 사망했다. 앞서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에서 발병했을 당시에는 치사율이 88%에 달했다. 감염자 가운데 38명만이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3월 에볼라 바이러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지만 2017년 5월 다시 발생했다. 현재까지 예방백신이 없어 발병할 때마다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2016년 브라질에서 발병한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치사율은 낮지만 임신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임신부가 감염됐을 경우 신생아가 소두증이라는 정상적인 아이보다 뇌가 작은 ‘뇌 기형 장애아’를 출산하게 된다. 브라질에서만 200명 이상의 소두증 아이가 보고됐다. 생물학적 대유행병 보고서인 ‘바이러스의 대습격’의 저자 앤드루 니키포룩은 저서를 통해 이 같은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로 규정하고 “침입자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바로 인간에 의한 세계화”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해외 유입 감염병 매년 증가…한국도 안심 못해

문제는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27일 현재 4명으로 늘어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적인 대유행병의 영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해외 감염병 유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기준으로 279명이 발견된 뎅기열을 비롯해 세균성 이질(104명), 말라리아(74명) 등 열대성 혹은 아열대성 질병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뎅기열은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특별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감염병이 주로 창궐하는 지역은 동남아 국가와 중국 남부 지역인데,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여행으로 많이 가는 곳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지역별 입국자의 감염병 신고 현황을 보면 필리핀 173명, 베트남 142명, 태국 58명, 인도 51명, 중국 및 기타 아시아 지역이 103명으로 아프리카(67)와 유럽(13)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에 따른 전염병 공포가 고조되면서 ‘2020년 상반기 검역감염병 신규오염지역’을 재안내했다. 안내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콜레라 19개국, 페스트 2개국, 황열 42개국, 동물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1개국, 중동호흡기증후군 10개국, 폴리오 9개국이 지정됐다. 총 국가 수는 66개국이다. 질본은 1월 28일부터 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전시같은 中 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적십자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난 25일 환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우한=AFP연합뉴스

◆전파력 신속 파악·초기 대응이 확산 차단 관건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차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기 대응이다. 특히 초기 대응은 전파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메르스 수준이냐, 사스 수준이냐에 따라 각 국가의 대응능력이나 대응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지역사회 내에서 마치 ‘독감’처럼 확산한다면 이는 완전한 패닉상태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감염병 발병국가의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초기 감염된 환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해당 국가가 환자들이 누구한테 병원을 옮겼고,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정보를 가지고 전파력 정도를 결정할 수 있어야만 각 국가가 방역활동 범위를 정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우환 폐렴이 춘제 연휴 들어 급속히 확산해 감염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80명에 이르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데는 초기 정보 차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는 베트남, 필리핀,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지역까지 확산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의 후폭풍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에서 첫 괴질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우한시 당국과 중국 정부는 정보를 차단한 채 바이러스 발원지로 지목되는 우한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 폐쇄 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은 초기 확산형태를 보면서 사람 간 전염을 의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사람 간 전염은 제한적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전파력을 확신하지 못했다.

 

중국발 ‘우한(武漢)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설 연휴 첫 날인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더구나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의료진 15명의 확진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의료진 감염은 사람 대 사람 전파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의료진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계속 제한적인 감염이라고 대외적으로 발표해 왔던 것이다.

 

우한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의심환자에 대한 중국 정부 방역조치도 지난 17일에서야 이뤄졌다. 우한시는 이미 시 상주인구 중 500여만명이 도시를 떠났다고 밝혔다. 사실상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번 우환 폐렴 대규모 발병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망자가 800여명에 이른 사스 대유행은 당시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와 이로 인한 초기 대응 미흡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2년 11월 16일 중국 광둥성 포산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중국 언론이 처음 보도한 것은 발병 45일 후인 2003년 1월 말이다. 이후 중국 정부가 사스의 발병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보다 더 늦은 2003년 4월 10일이다. 발병한 지 5개월이나 지난 후였다.

 

이 교수는 “이번 우한 폐렴의 경우 중국이 환자에게서 얻은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주고, 그 전파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초기에 제시해 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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