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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20년 억울한 옥살이 恨 풀리나

입력 : 2020-01-14 19:15:42 수정 : 2020-01-14 21: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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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결정 / 1심 선고 수원지법서 다시 재판 / “무죄 인정할 명백한 증거 발견” / 복역자 윤씨 무죄 판결 가능성 / 3월 공판기일 열어 재심리 계획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재심청구서를 들고 경기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십년 전 일의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3)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수원지법 민원실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뒤 밝힌 심경이다. 윤씨의 간절한 기대가 이뤄질 길이 열렸다. 법원이 14일 재심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이날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 수원지법은 8차 사건이 일어난 뒤 1년가량 지난 1989년 10월 윤씨에게 살인과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이다.

일반적으로 재심은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자행된 과거사 사건이 아닌 형사사건은 더욱 그렇다. 재심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경찰과 검찰은 물론 법원 역시 재판을 잘못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게 한 점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진범’ 이춘재의 자백에다 검찰이 담당 경찰의 불법행위 등을 밝히며 재심 개시 의견을 내 신속하게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윤씨의 무죄가 확실시된다는 얘기다.

 

재판부가 “이춘재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취지의 자백 진술을 했고,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재심은 피고인 윤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결정 이유를 밝힌 데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박모(당시 13세)양이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집에서 잠을 자다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춘재

이때 사건현장에서 체모 8점이 발견됐고, 경찰은 이듬해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했지만 2·3심 법원은 고개를 저었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진범’으로 등장한 이춘재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윤씨는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으로부터 의견 제시 요청을 받은 검찰은 전담조사팀을 꾸려 8차 사건을 조사한 뒤 재심 개시 이유가 상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심 개시 근거로 △재심청구인 윤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이춘재의 진범인정 진술) 발견 △윤씨에 대한 1989년 수사 당시,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에 관한 죄(불법감금·가혹행위) △윤씨에 대한 원판결에 증거가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의 허위 확인 등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불법체포와 폭행 등 강압수사에 의한 증거 조작 등으로 범인을 특정했다”며 경찰의 불법수사와 증거조작을 이유로 재수사를 벌이기로 했고, 경찰은 “증거조작은 없었다. 검찰의 정치적 공세”라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윤씨 측 변호인의 입증계획을 청취하고 재심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추린 뒤 3월쯤 재심 공판기일을 열어 사건을 재심리할 계획이다. 현 재판부는 내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모두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정식 공판 진행은 새로 구성되는 재판부의 몫이 될 전망이다.

 

수원=김영석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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