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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쥬르! 디종… 맛 기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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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8 11:00:00 수정 : 2020-01-18 10: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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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1889년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돕기 위해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 식당, 숙박시설 등을 담아 제공하던 단순한 안내서였다. 하지만 1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미슐랭 가이드는 ‘글로벌 미식의 교과서’가 됐다. 프랑스에만 국한됐던 가이드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뉴욕 등 미국과 홍콩, 마카오를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판부터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이 시작됐다.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손님들이 몰려 예약하는 데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메뉴 가격도 뛴다. 이런 미슐랭 가이드의 심장이 바로 ‘미식의 성지’ 프랑스 부르고뉴다.

‘미식의 성지’ 프랑스 부르고뉴는 1889년부터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의 심장이다.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와 쇠고기 요리 뵈프 부르기뇽 등 끊임없는 펼쳐지는 미식이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미식의 심장 부르고뉴를 가다

뵈프 부르기뇽.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요리로 ‘부르고뉴 지방의 쇠고기 요리’라는 뜻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프렌치나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달팽이 요리의 원래 명칭은 에스카르고 드 부르고뉴다. 이처럼 프랑스 요리 이름에 유독 부르고뉴가 많이 들어간 것은 이곳이 미식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찾는 많은 미식 여행자들이 부르고뉴로 향하는 이유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미슐랭 레스토랑 도전은 쉽지 않다. 1스타만 돼도 디너 코스 가격이 200∼300유로를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맛집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잘만 찾으면 가격이 착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도 꽤 있다.

부르고뉴의 관문 디종에서 머물면서 쥬브레 샹베르탱 마을로 향한다. 이곳에 뵈프 부르기뇽과 에스카르고를 잘해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라 로티세리 뒤 샹베르탱인데 규모가 아주 작은 비스트로 식당이다. 샹베르탱은 나폴레옹이 전쟁터에도 늘 가지고 다닐 정도로 끔찍하게 사랑했던 그랑크뤼 피노누아 와인이 생산되는 마을 이름이다. 아주 조용한 샹베르탱 거리로 들어서니 호텔을 겸한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점심 코스 메뉴는 두 가지. 에스카르고가 들어간 메뉴는 28유로, 뵈프 부르기뇽이 포함된 코스는 38유로다. 애피타이저로 푸아그라가 들어간 샐러드를 선택했는데 걱정했던 비린내는 전혀 없고 아주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어 나온 에스카르고. 뜨거운 접시에 담겨 있는데 올리브와 여러 허브에 빠져 있는 달팽이 하나를 입에 넣으니 꽃이 만발한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데 달랑 6개만 나오니 많이 허전하다.

로마시대 때부터 미식이던 에스카르고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도 전채 요리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부르고뉴 달팽이를 으뜸으로 꼽는다. 달팽이는 포도나무 잎을 가장 좋아하는데 프랑스 최고의 와인들을 생산하는 포도밭이 바로 부르고뉴에 몰려 있어 달팽이 품질도 뛰어나다고 한다. 이어 나온 뵈프 부르기뇽. 장시간 동안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끓여 만드는 이 요리는 거의 씹을 게 없을 정도로 입안에서 녹아 내린다. 뵈프 부르기뇽은 건초와 곡물만 먹고 자라는 프랑스 최고급 품질 샤롤레 소를 사용한다.

#미슐랭 1스타에서 누리는 미식의 향연

본으로 향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 도전했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모두 평이 좋은 르 자르댕 데 랑파르. ‘성곽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본 구시가지를 둘러싼 성곽에 붙어 있다. 예쁜 정원이 딸린 레스토랑은 한눈에도 미슐랭의 포스를 뿜어낸다. 실내는 아르누보 양식으로 꾸며져 화려하지만 전통과 모던함이 잘 섞여 있어 너무 올드하지만은 않다. 셰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89유로짜리 앙프랑테 메뉴를 주문했다. 직원이 60유로를 추가하면 모든 요리마다 7가지 와인을 페어링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래 부르고뉴에 왔는데 이 정도는 먹어봐야지.’ 한국에 가면 당분간 굶으면 된다는 생각에 호기를 부려 페어링 메뉴로 주문하니 무려 148유로다.

부르고뉴는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 유명한 북쪽의 코트 드 뉘 마을과 샤도네이 품종 와인이 뛰어난 남쪽의 코트 드 본으로 나뉜다. 두 곳을 합쳐 황금의 언덕이란 뜻으로 ‘코트 도르’라 부른다. 본에서 특히 유명한 마을 퓔리니 몽라셰의 샤도네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와인이 차례로 나오는데 양도 넉넉하게 따라준다. 푸아그라, 새우, 닭고기에 이어 세 가지 디저트까지 찬란한 맛의 향연이다. 숙소인 디종으로 가는 막차를 놓칠까 요리를 재촉해서 급하게 먹은 것이 아쉽다. 음식이 아주 천천히 나오니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가야 한다.

디종에는 리베라시옹 광장을 끼고 맛집들이 몰려 있다. 화려한 부르고뉴 대공 궁전을 보면서 미식을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다. 1990년 문을 연 미슐랭 1스타 르 프레 오 클레르에서는 단품을 주문했는데 새우 요리 28유로, 대구 요리 35유로 정도면 미슐랭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프랑수아 후드 광장 북쪽 오데베르가에도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다. 골목이라 특별한 전망은 없지만 가격 착한 맛집들이 많다.

디종 겨자는 반드시 사야 할 쇼핑목록 1순위다. 1747년에 설립된 마이 머스타드가 가장 인기다. 디종 기욤문에서 프랑수아 후드 광장쪽으로 가는 길 우측에 있는데 디종 겨자의 심장으로 늘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다양한 겨자를 직접 테이스팅하고 구입할 수 있다.

부르고뉴에 왔으니 ‘누구나 알지만 먹은 사람은 별로 없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의 그랑크뤼 포도밭 로마네 콩티에도 들러보자. 본 로마네 마을에 있는데 십자가를 찾으면 된다. 시크한 경고문이 적혀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의 포도밭을 찾는데 손상되지 않도록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이해한다. 한 병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이니. 죽을 때까지 마시지 못하는 와인일 테니 십자가와 로마네 콩티 포도밭을 배경으로 인증샷이나 하나 남기고 다시 길을 나선다.

 

디종·본=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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