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새 계산법 내놓으라던 北… '레드라인' 넘어 '새로운 길' 가나

입력 : 2019-12-09 06:00:00 수정 : 2019-12-09 07:37: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어떤 시험했나’ 전문가 분석 / 액체연료 발사과정서 노출 쉬워 / 北, 신속발사 가능 고체엔진 전환 / “백두산 엔진 개량 시도 가능성도” / 전략적 지위 언급 ‘핵보유국’ 강조 / 美 탓하며 협상력 높일 의도 분석 / 北 ‘연말시한’ 對美 압박 최고조로 / 日언론 “北 인공위성 핑계 가능성 韓·美·日 당국, 경계 강화에 나서”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발표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거나 엔진 연소시험 등을 진행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진행한 시험도 ICBM이나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 탑재 고출력 신형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 가능성

북한이 발표한 ‘중대한 시험’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탄도미사일 추진체계를 액체엔진에서 고체엔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개발, 단거리 및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계를 고체연료 엔진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6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운반로켓용 대출력 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지도했다며 당시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모습. 미사일 발사대 시설에 설치된 엔진에서 연료 분출시험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하지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쓰는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액체연료는 발사 직전 단계에 연료를 넣어야 해 한·미 연합군에게 발사과정이 노출된다. 반면 고체연료를 쓰면 오랜 기간 연료 보관이 가능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 액체연료 추진체계의 문제점과 한·미 연합군의 정찰능력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개발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국가들은 대부분 액체연료 엔진 확보 후 상당 기간을 거쳐 고체엔진으로 전환했다. 북한도 그와 유사한 행보를 취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BM 추정 화성-13형에 신형 고체연료 엔진이 결합한다면 북한은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ICBM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은 국방과학원이 주도하고 인공위성 개발은 국가우주개발국에서 관장한다”며 “국방과학원이 언급한 ‘중대한 시험’은 ICBM 고체연료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면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화성-13형을 발사해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기존에 확보한 백두산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보 소식통은 “북한이 ICBM 발사를 위해 백두산 엔진 개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진 여러 개를 묶어 추력을 높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北, ‘중대한 시험’ 감행한 배경은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언급한 연말을 20여일 앞두고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선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이번 시험과 관련해 ‘전략적 지위’를 언급한 것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만약 ICBM 엔진 시험이 맞다면, 북한은 향후 판을 깬 것은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략회의를 열고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먼저 선언했다.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ICBM 개발에 나섰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장은 ICBM 시험발사로 완전한 판을 깨기보다는 발사 전 단계에 해당하는 엔진 시험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켜 협상력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탄핵과 대선 등 자국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도 미국 본토 공격 위협이 되는 ICBM 도발에 대한 신호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발사 시 북·미 관계 악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고 있는 ‘담화’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의 ‘크리스마스 선물’ 언급에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이라는 단어와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이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늙다리의 망녕’이 다시 시작됐다며 이를 맞받았다. 이어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며 미국을 더욱 압박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적대적 행동을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냈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엔진 시험을 한 사실을 공개하면, 추가로 ICBM이나 우주발사체 발사를 강행할 위험이 있다. 북한은 2016∼2017년 백두산 엔진 개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ICBM 화성-14, 15형을 잇달아 발사했다. 북한이 백두산 엔진 개발 성공 선언 이후 취했던 행보를 답습한다면 신형 ICBM이나 우주발사체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면 위성발사를 가장한 ICBM 시험 발사에 나서거나 실제 ICBM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이 실제 발사를 강행하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기는 미국은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ICBM 시험발사로 규정하고 모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제재 강화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여 북·미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美언론 “北, 트럼프 흔들기 나서 홍보거리 제공 않겠다는 의사”

 

미국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는 북한 발표를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되는 고체엔진이나 위성 발사용 신형 액체엔진 시험을 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발표와 관련해 “북한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한 새로운 엔진을 시험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ICBM 엔진에 들어가는 고체연료 시험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덧붙였다.

 

2016년 2월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무기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발표는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을 종료하기 위한 첫 번째 확실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핵 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선언했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미사일 시험 중지’를 좋은 홍보거리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도 ICBM 등 신형 미사일 관련 실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교섭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NHK 방송은 ‘북한 국방과학원, 대단히 중대한 시험…미사일 관련 실험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교섭을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연내라는 시한을 정해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며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미국 측을 흔들려는 의도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북한 중대 시험 실시…ICBM 엔진 연소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방과학원은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북한이) ICBM 발사 실험 재개나 인공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일·미·한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이) ICBM 발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한국군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실험 발표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회담의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을 앞두고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미·한 당국은 ICBM의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아도 ‘인공위성’이라고 칭하면서 사실상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동창리의 엔진 실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관련국 전문가 입회 아래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했었다”며 “이번에 이런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내비쳐 미국 측으로부터 먼저 제재 해제 등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수찬·조병욱 기자,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