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17일 “자유한국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며 내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여권에서도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 중진급 인사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으로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여야 내부의 ‘인적 쇄신’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화석화돼 버린 정파 간 극단적 대립구도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며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총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당 해체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 요구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깨끗하게 해체해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황교안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한다”며 지도부·의원 총사퇴를 주장했다. 당내 최연소 3선 의원인 그의 불출마 결행으로 최근 당 내부에서 줄곧 제기돼 왔던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이 힘을 받으며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사실상 정계은퇴 의사를 피력했다.
임 전 실장은 “예나 지금이나 저의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 잡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한 것은 연말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입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도권 3선인 백재현 의원도 불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의원은 “선배로서 어떤 것이 당과 문재인정부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총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임 전 실장에 이어 백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 민주당 내 ‘중진·86그룹 물갈이론’이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은산·안병수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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