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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에게 "우린 모두 유대인"… 트럼프도 칭찬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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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3 06:00:00 수정 : 2019-11-12 19: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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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미국 뉴욕서 '재향군인의 날' 행사 열려 / 트럼프 대통령, 예비역 상사 에드먼즈 소개 / 초인적인 용기로 유대인 200여명 목숨 구해 / 6·25 전쟁에도 참전… 트럼프 "진정한 용사"
미 육군의 예비역 상사였던 로디 에드먼즈(1919∼1985). ‘의로움을 위한 유대인 재단(JFR)’ 소장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유대인이요!”

 

제2차 세계대전 도중 1000명 넘는 미군을 포로로 붙잡은 독일군 장교가 “너희 중에 유대인 있으면 앞으로 나와”라고 명령했을 때 어느 용기있는 미군 부사관이 내뱉은 말이다. 그는 “유대인을 색출하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독일군 장교의 협박에도 “당신이 나를 쏠 순 있겠지만 이 사람들 전부를 죽이진 못할 것이요”라며 의연하게 버텼고 결국 유대인을 포함한 미군 포로 전원의 목숨을 살렸다.

 

◆초인적 용기로 유대인 200여명 목숨 구해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11월11일) 기념 행사에서 이 일화를 소개,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노병들의 시가 행진 시작에 앞서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로디 에드먼즈(1919∼1985)라는 이름의 2차 대전 참전용사 얘기를 꺼냈다. 미 육군의 예비역 상사인 에드먼즈는 75년 전인 1944년 12월 벨기에 땅에서 독일군과 미군 간에 벌어진 치열한 벌지 전투 초반에 독일군에 포로로 붙잡혔다고 한다.

 

에드먼즈를 포함해 미군 포로는 1292명에 달했다. 포로수용소 책임자인 독일군 소령은 포로들 중 계급이 가장 높았던 에드먼즈에게 대뜸 “이 사람들 가운데 유대인만 따로 추려내라”고 명령했다.

 

독일군이 유럽 곳곳에서 저지른 유대인 학살에 관해 잘 알고 있던 에드먼즈는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직감하고 포로들한테 명령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당시 미군 포로들 중엔 약 200명의 유대계 병사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1292명 모두가 유대인”이라는 에드먼즈의 당당한 항변에 독일군 소령은 버럭 화를 냈다. 에드먼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협박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가 태도를 바꾸지 않자 장교는 총구를 아래로 내린 채 사라졌다.

 

이 일화를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에드먼즈 상사가 무려 200명의 유대계 미국인 병사 목숨을 구했다”고 말한 뒤 청중 속에 있던 한 여성을 일으켜 세웠다. 고인이 된 에드먼즈를 대신해 참석한 그의 손녀 로렌 매튜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6·25 전쟁에도 참전… 트럼프 "진정한 용사"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매튜스를 향해 “로렌, 이 자리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우린 당신 할아버지가 보여준 그 믿을 수 없는, 너무나 비범한 용기를 기억할 수 있어요”라고 외쳤다.

 

놀라운 것은 에드먼즈가 1985년 66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이 얘기를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시절 포로수용소에 함께 있다가 구조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여기저기로, 특히 미국 내 유대인 사회로 전해진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손녀 매튜스조차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는지 10년쯤 전에야 겨우 알았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행정부는 에드먼즈의 공로를 인정해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훈장은 ‘전투 도중에 큰 공을 세운’ 장병이 대상이라 포로 신분이었던 에드먼즈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져 보류되고 말았다.

 

에드먼즈는 1945년 2차 대전이 끝난 뒤 육군을 떠났다. 하지만 1950년 한국에서 6·25 전쟁이 발발한 뒤 다시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2차 대전 때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그가 6·25 참전용사로서 한국인, 그리고 한반도와도 인연을 맺었다는 점이 뜻깊다.

 

다만 에드먼즈가 한국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유대인을 구한 사연을 비롯해 군대에서의 경험, 전쟁에서 싸운 일 등을 가족은 물론 가까운 지인한테도 일절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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