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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늘 바쁘다. 바퀴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빌딩 숲을 누비는 것처럼 숨이 차다.

휴식도 여유도 없다.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일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외롭지 않기 위해서 습관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간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쉼표가 있어야 한다. 그걸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바로 산책이다. 햇빛 화사하고 때로는 별빛 반짝이고 공기 맑은 곳에서 나 자신을 좋은 친구 삼아 천천히 걷는 일. 비로소 답답한 가슴은 시원하게 열리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또한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하고 우울할 때 산책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다. 거기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걸어 다닐 때 다양한 풍경과 사물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창의성이 향상된다. 산책은 누구에게나 매력 있는 운동이다. 특히 노약자에게는 부담이 없어서 더욱 좋다. 어디 그뿐인가. 산책에는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 없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사야 하고,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농구공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산책은 매우 경제적이며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철학가 칸트는 정확하게 매일 오후 4시에 쾨니히스베르크의 산책로를 따라 산책해서 사람들이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가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철학자 헤겔과 야스퍼스, 그리고 괴테가 산책하던 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제자들과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며 철학의 깊이를 더해 갔다고 한다. 그들처럼 수없이 많은 물음표를 날리며 심오한 사색에 잠기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걷는 것이니까. 혼자보다 둘이 좋은 어느 날은 다정한 친구나 달콤한 연애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내나 입시라는 중압감에 시달려 짜증 잘 내는 아들과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소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집 근처 공원, 아파트 뒤에 야트막한 산, 냇가와 잡목 숲 그냥 동네 한 바퀴, 산책 장소는 참 많다.

우리는 행복하려면 뭔가 대단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행복을 만나기 어려운 귀한 손님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은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이웃집 친구처럼 내 가까이 있고 친근하게 생각해도 된다.

그래서 행복은 값비싼 물건만이 보이는 화려한 파티 장소에서 보다 마음을 비운 소박한 산책로에서 더욱 만나기 쉽다.

낙엽을 밟으며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루몽의 시 한 편 읊조리면 행복이 낙엽처럼 우수수 내 머리 위에 떨어 질지도 모른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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