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심 서사 영화 계보 잇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30일 개봉…린다 해밀턴·제임스 카메론 ‘귀환’ / ‘터미네이터 2’ 뒷이야기…인간과 기계 경계 사라진 미래 / 배급사 디즈니 ‘흥행 불패’, 올 연말까지?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터미네이터 헌터,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어느덧 28년이 흘렀지만 액션 실력은 여전하고, 팔근육은 더 단단해졌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터미네이터의 터미네이터(Terminator·끝내는 사람), 사라 코너는 건재했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28년 만에 돌아온 린다 해밀턴(63)은 녹슬지 않은 액션 실력으로 또 다른 터미네이터와의 전쟁에 합류한다.

심판의 날 그 후, ‘터미네이터 2’(1991) 뒷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사라를 비롯한 세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올해 두드러진 여성 중심 서사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영원한 터미네이터 T-800, 아놀드 슈왈제네거(72)는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다.

28년 전,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 역할을 맡은 린다 해밀턴의 리즈 시절.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세 여성이 중심…원작자 제임스 카메론의 귀환

영화는 언뜻 보면 ‘터미네이터 2’의 번안 같다. 해골이 즐비한 황량한 풍경과 사라의 독백, ‘터미네이터 2’와 같은 오프닝 장면은 시리즈 원작자이자 1·2편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65)의 귀환을 알린다. 카메론은 저작권을 되찾아 제작자로 28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했다.

인간과 기계, 인간을 지키는 터미네이터와 인간을 죽이려는 터미네이터의 대립 구도도 같다. 인공지능(AI) 스카이넷이 리전으로, 악당 T-1000은 Rev-9(가브리엘 루나)으로, 존 코너는 평범한 듯 비범한 여성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로 바뀌었을 뿐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새로운 캐릭터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오른쪽)와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사라 코너와 함께 여성 중심 서사를 이룬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다만 영화는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란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진 미래를 그린다. 대니를 지키려 2042년에서 온 그는 몸에 기계를 넣어 강화된 인간, 여군이다. 터미네이터가 인간을 닮았듯, 그는 기계를 닮았다.

대니는 사라를 닮았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이다. “Rev-9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그레이스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선택”이라며 “도망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한다.

흰머리와 흰 수염이 덥수룩한 T-800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 존을 통한 학습으로 생명의 가치를 깨닫는 ‘터미네이터 2’ 결말에 T-800이 살아온 세월, 삶의 모습이 있다. 어두운 운명(Dark Fate)이란 제목과 달리 영화 속 인류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Rev-9(가브리엘 루나)과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오른쪽).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흥행 불패, 올 연말까지 이어지나

올봄 ‘캡틴 마블’로 시작된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디즈니)의 흥행 불패 신화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올해 3월 ‘캡틴 마블’(누적 관객 수 580만여명)을 필두로,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여명)과 ‘알라딘’(1255만여명), ‘토이 스토리 4’(339만여명), ‘라이온 킹’(474만여명)까지 배급을 맡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말레피센트 2’도 개봉 10일째인 지난 26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배급사도 디즈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겨울왕국 2’가 다음 달 개봉한다. 오는 12월 ‘포드 V 페라리’, 내년에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이 기다리고 있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