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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콩 시위 강경 진압 규탄하며 뒤로는 장비 판매

입력 : 2019-11-02 11:30:00 수정 : 2019-11-02 1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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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웡, 美産 최루탄 가스통 사진 공개 / 美, 2017년 ‘독성물질’ 8만달러어치 수출 / 美하원, 초당적 지지 ‘홍콩 보호법’ 가결 / 법 시행땐 최루탄·고무탄 등 수출 못해 / 태국 등 시위 진압에 중국산 최루탄 사용 / 中 ‘치안 무기’산업 6년간 7.4% 성장 예상 / 한국, 최루탄 사용 금지됐지만 생산 계속 / ‘아랍의 봄’ 2011∼2013년 310만발 수출
시위 진압에 등장하는 경찰의 무기 중 하나가 최루탄이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자주 사용됐으나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에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 참가자를 진압하고 있다. 홍콩 시위를 계기로 과거 시위진압 무기인 최루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루탄이라고 불리는 최루제는 염화 및 브롬화 화합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체에는 눈의 통증, 눈물, 코와 목 등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고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질식 위험도 있다. 시위 진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CN가스는 수용성이어서 물대포 최루액의 원료로 사용되고 민간 가스총이나 호신용 스프레이에 들어가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최루탄은 최루 가스를 원료로 무기처럼 만든 것으로 총류탄(총기에 의한 발사)식과 투척식, 스프레이식 등으로 나뉜다. CS가스의 특허문은 “가장 악착같은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을 수초 내에 흩어지게 하는 데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홍콩 강경 진압 규탄하면서 진압 무기도 판매

홍콩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날 미 하원은 미국에서 생산된 경찰의 시위 진압 장비의 홍콩 수출을 금지하는 ‘홍콩 보호법’도 통과시켰다. 초당적 지지를 받는 ‘홍콩 보호법’이 시행되면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최루탄이나 고무탄 등 시위 진압 장비의 수출이 중단된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인권을 침해하고 시위대를 탄압했다는 데 미 양당이 한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했다.

홍콩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가스통을 테니스 라켓으로 쳐내고 있다. 가디언 캡처

하지만 미국이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사용하는 무기의 주요 공급처였다는 ‘불편한 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논란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이 지난 7월 경찰이 시위 진압 중 사용한 최루탄 가스통 사진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웡은 미 펜실베이니아주 소재의 시위 진압 장비 제조업체인 ‘난리덜 테크놀로지스’(Nonlethal Technologies)가 적힌 가스통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미 정부에 진압 장비 수출 중단을 촉구했다. 국무부 성명 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홍콩 정부의 강경한 시위 진압을 규탄해 왔지만 뒤로는 진압 장비를 팔아온 미국의 이중적인 모습을 고발한 것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한 해에만 미 정부가 홍콩 정부에 수출을 허가한 군수 물품은 190만달러어치(약 22억원)인데 이 중 최루 가스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독성물질’ 품목은 8만1000달러 규모라고 CNN이 전했다.

◆홍콩에 공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루탄은 미래 산업?

홍콩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중국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달리 홍콩 경찰에 최루탄을 공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최루탄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 등 국외 수요가 증가해 중국 내 최루탄과 같은 ‘비살상용 무기’ 제조업체가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최루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불허된 중국 내 제조업체들은 주로 수출용 장비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는 중국에 호기였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 태국, 수단, 베네수엘라 등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중국산 최루탄이 시위 진압 중 사용된 사실도 다수의 외신에서 확인됐다.

경찰 최루탄에 우산으로 맞선 홍콩 시위대. 홍콩 AFP=연합뉴스

시장 조사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은 지난 8월 중국의 ‘치안유지무기’ 제조 산업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7.4% 성장하고 이 기간에 약 8억1100만달러의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진압 무기 산업은) 중국의 강력한 경제성장, 군비 지출 증가, 급속한 산업 발전과 더불어 사회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으로 인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앰네스티와 오메가연구재단의 2014년 조사에서는 이전 10년 동안 시위 진압 장비를 제조하는 중국 기업의 수는 134개로 4배가량 증가했으며, 48개 업체가 수출용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0년대 ‘메이드인 코리아’에 눈물 흘리는 바레인 시위대

1998년 이후 최루탄 사용을 중지한 한국에도 여전히 최루탄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다. 시위 진압을 위한 국내 사용은 중단됐지만 수출용 최루탄을 생산하면서 새 활로를 찾은 것이다. 군사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최루탄은 수출이 금지돼 있지만 내부 치안, 시위 진압, 질서 유지 목적이면 정부와 경찰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다.

문제는 최루탄을 비롯한 각종 한국산 진압 장비가 해외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은 약 310만발의 최루탄을 수출했다. 이 기간 150만발의 한국산 최루탄을 수입한 바레인에서 30명 이상의 시위대가 최루탄으로 사망했다. 2014년 터키에서는 15살 소년이 한국산 최루탄에 맞아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터키 내 시민단체와 국제인권단체들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싣거나 한국 방위사업청에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의 최루탄 수출 중단을 호소했다. 이들은 “터키에서 최루탄은 평화적 시위나 기자회견을 막는 용도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마치 총기처럼 사용됐다”며 “최루탄은 화학무기이자 고문 도구”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최루탄은 민주화 운동 당시 강경 진압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난은 더욱 뼈아프다. 1960년 경남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오른 16살 김주열의 주검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1987년 경찰의 최루탄에 쓰러진 이한열의 죽음은 전 국민적 민주화 운동을 촉발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다. 부산YMCA 자료에 따르면 1986년 1월부터 10월까지 시위 진압을 위해 발사된 최루탄은 31만발 이상이다. 6월 항쟁이 본격화한 1987년에는 최루탄 사용량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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