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개성공단의 ‘운명’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4년부터 가동된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설비 설치 및 원·부자재 공급을 맡고, 북한이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남북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으나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13년 4∼9월 북한의 근로자 철수조치로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개성공단을 조건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진전 없이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선도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핵 문제 해결 이후 대북 제재 해제가 이뤄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은 특별한 곳이다. 인근 서부전선에 배치된 기갑·포병부대를 후방으로 배치하는 등 군사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토지를 내주며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속한 재가동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처럼 개성공단 내 남측 시설을 접수·재정비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독자적인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며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라는 조건을 붙였다는 점에서 개성공단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남북 간 협의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소식에 우리 측 인접 지역 주민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강원도민들은 앞서 금강산관광재개범도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10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특히 2008년 7월 이후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38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군 지역 주민들은 “관광재개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아예 기대가 사라지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북한이 남측 시설들을 들어낼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실행에 옮겨진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를 기다려온 고성군민들에게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고성군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 한 주민은 “남북관계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만큼 두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박연직 선임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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