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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건물주에 갓난아기 재산이 1억원…'부의 대물림' 심화

입력 : 2019-10-12 10:18:12 수정 : 2019-10-12 1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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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살짜리 유치원생 A군은 아파트 2채를 4억원에 취득했다. 초등학생 B군은 34억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취득해 ‘짭짤한’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둘다 자금을 변칙증여해준 부모 덕에 코흘리개 나이에 ‘부동산 부자’가 됐다. 

 

#2 외국계 임원 C씨는 초등학생 자녀 2명에게 3억원씩 증여해 정기예금, 은행채를 보유하도록 했다.

 

양극화 부채질 요인 중 하나인 ‘부의 대물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8년간 만 10살이 되기 전 재산을 증여받은 미성년자의 수는 2배 이상 늘었고, 이들이 받은 증여재산 총액은 4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10세 미만 아동은 1인당 평균 1억6234억원을 물려받았으며, 돌도 안 된 아기가 재산을 물려받은 사례도 55건이나 됐다. 특히 전체 미성년자 증여의 40%는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었다. 이는 세계일보가 국세청의 최근 8년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다. 

 

◆재산물려 받은 10세 미만 아동 8년간 2배↑, 총금액 4배↑···20세 미만은 8년 만에 재산 대물림 1조5000억원 돌파 

 

12일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성년자 대상 재산 증여는 꾸준히 증가했다. 10세 미만 기준 증여액은 2009년 1416억5200만원(1625명)에서 2017년 5264억6900만원(3243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들 1인당 평균 증여액도 2009년 8717만원에서 2017년 1억6234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재산을 물려받은 대상을 20세 미만으로 넓히면 상승세는 더 도드라진다. 2009년에 재산을 증여받은 ‘19세 이하’ 미성년자와 총 금액이 4449명에 4581억여원이었다면 2017년에는 8552명에 1조5651억원이나 됐다. 이 기간 1인당 평균 증여액은 1억298만원에서 1억8302만원으로 77% 정도나 많아졌다.   

 

◆강남 3구 미성년자 증여, 전체의 40% 차지

 

부의 대물림은 서울, 거기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돼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1조279억원 중 60%인 6168억원이 서울 거주 미성년자의 몫이었다. 또 6168억원 중 67%(4116억원)가 강남 3구에 거주하는 미성년자의 재산이었다. 

 

심기준 의원은 “강남 3구의 미성년자 인구가 전국 미성년자의 3%에 불과한데 재산의 증여는 40% 수준”이라며 “주택가격과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부의 대물림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강남 3구의 증여 건수는 △2015년 1455건에서 △2016년 1634건, △2017년 2334건으로 1.6배 증가했고, 증여재산액은 △2015년 2206억원에서 △2016년 2739억원, △2017년 411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기준 0세가 증여를 받은 건수는 전국에서 55건, 총 증여액은 62억원이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강남 3구(26건, 34억원)에 속해 있었다. 증여재산을 가액별로 보면 △1억원 이하 1339건(57.4%), △1억~3억원 630건(27%), △3억~5억원 191건(8.2%), △5억~10억원 117건(5%) 순이었고 24억원에 달하는 토지를 증여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부유층이 상속세를 아끼려고 미성년자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예전에는 상속이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 추세 상 증여가 늘고 있다”며 “사람 수명이 길어지고 집값이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절세를 노리고 증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발선뿐 아니라 나아가는 속도까지 달라”

 

‘부의 대물림’은 양극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돈이 돈을 버는 사회구조 안에서 삶의 시작부터 생긴 격차는 해가 갈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사회에서 시작부터 재산이 많다는 건 굉장히 유리하다”며 “증여받은 재산이 많으면 이에 따라 교육 수준, 사회적 기회 등도 차이 난다. 출발선이 다를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까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2018년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이 3600만원 수준인데 미성년자들이 연봉의 5배 가까운 금액을 증여받는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나진희·안승진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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