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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이춘재, 과거 집행유예로 풀려나…母 "불량하고 나쁜 애가 아니다"

입력 : 2019-09-26 23:30:00 수정 : 2019-09-26 18: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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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예비혐의로 붙잡혀 1심서 실형·항소심서 집행유예 받아 / 이춘재 모친 "다달이 영치금도 보내줬다" / "절대 믿어지지 않는다"
이춘재 모습. MBC '실화탐사대' 화면 캡처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 씨가 사건이 한창이던 1980년대 말 강도예비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가 석방된 지 7개월 만에 만 13세의 소녀가 무참히 살해된 9차 사건 등 2건의 사건이 더 일어났는데, 이 씨가 진범이라면 당시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 탓에 추가 피해가 난 셈이 된다.

 

26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 씨는 1989년 9월 26일 0시 55분쯤 수원시의 B 씨 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간 혐의(강도예비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1990년 2월 7일 이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씨는 즉각 항소했다.

 

당시 이 씨는 "얼굴을 모르는 청년으로부터 폭행당한 뒤 그를 뒤쫓다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것일 뿐, 금품을 빼앗으려고 흉기를 휴대한 채 침입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항소이유는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법한데, 두 달 뒤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2심은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피고인은 초범이고, 이 사건의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경미한 점, 피고인의 가정형편이 딱한 점 등 여러 정상에 비춰볼 때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이로써 2심 판결이 난 1990년 4월 19일을 기해 석방됐다.

 

이 씨가 강도예비 범죄를 저지른 건 1988년 9월 7일 화성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안모(52) 씨가 블라우스로 양손 결박돼 숨진 채 발견된 7차 사건 1년 뒤이다.

 

7차 사건으로부터 10여일 뒤인 1988년 9월 16일 8차 사건이 발생했지만,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모방 범죄로 판명 났기 때문에 이 씨와는 관련이 없다.

 

이 씨가 구속된 이후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더는 이어지지 않다가 그가 풀려난 지 7개월 뒤인 1990년 11월 15일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김모(13) 양이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9차 사건이 일어났다.

 

9차 사건은 화성연쇄살인 사건 중 피해자의 나이가 가장 어리고 피해자의 특정 부위가 훼손돼 범행 수법이 가장 잔혹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듬해 4월 3일에는 화성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69) 씨가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10차 사건이 발생했다.

 

9차 사건은 이 씨의 DNA 검출된 3건의 사건(5·7·9차) 중 1건에 해당한다.

 

한편 MBC '실화탐사대'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 씨의 얼굴과 지인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실화탐사대'는 지난 25일 오후 방송을 통해 이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제작진이 이 씨의 학창 시절 동창을 만나는 모습도 방송했다. 동창은 "조용한 친구이고 혼자 있기 좋아한 친구여서 모두 놀랐다"라고 밝혔다. 또 "열등감이라고 할까,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 분노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이춘재의 고향 한 어른은 "어렸을 적에 인사성이 밝고 착한 아이였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은 이춘재의 어머니도 만났다. 이춘재의 모친은 "작년에 내가 음식 차려서 교도소에 갔을 때 잔디밭에서 (이춘재와 함께) 먹었고 다달이 영치금도 보내줬다"라고 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우리 남편이나 우리 집안, 시동생들도 다 착했는데 얘(이 씨)가 이렇게 돼서 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다"면서도 "(처제살인사건은) 전처가 가출을 해서 홧김에 얼떨결에 저지른 죄다"라고 말했다.

 

아들 이춘재에 대해 "불량하고 나쁜 애 같으면 모르는데 그런 애가 아니고 군대도 잘 다녀오고 회사도 다닌 애"라며 "부모 일도 잘 도와줬다"라고 전했다. 이어 "(연쇄살인을) 했으면 왜 몰랐겠나"라며 "나는 절대 아니라고 믿고 절대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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