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검찰 수사관 3명이 서울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이곳은 다름 아닌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다. 조 장관이 과천 법무부 청사로 떠난 직후였다. 검찰은 15분과 30분 뒤 각각 관계자 3명과 2명을 충원했다. 고요하던 아파트는 삽시간에 취재진 70여명이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유튜버들은 저마다 마이크를 들고 조 장관의 압수수색 현장을 생중계했고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부끄럽다”, “우리 동네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며 탄식을 내뱉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8명을 동원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개인 주거지인 관계로 오전 중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오후 늦게까지 이뤄졌다. 자택에는 조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이 모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아파트였지만 자동화된 공동 현관문이 취재진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이웃 주민들도 이른 시간부터 하나둘 모여 압수수색 현장을 구경했다.
주민 대부분이 최근 조 장관 일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주민 송모(55·여)씨는 “조 장관 자녀들의 편법 입시를 보고 못난 부모가 된 것 같아 화병이 들어 잠을 못 자고 있다”며 “그들 때문에 누군가는 고려대에 탈락하고 누군가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떨어졌는데 학생들이 조금 더 패기 있게 시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 최모(75·여)씨도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 장관이 거대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조 장관이 가까이 사는 게 창피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에게 “조 장관을 취재하느라 고생이 많다. 거짓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 달라”며 옥수수를 건네준 주민도 있었다.
오전 11시30분쯤에는 보수단체 홍모(68) 대표가 갑자기 난입해 소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국민 뜻 따라 사퇴가 정답!’, ‘검찰개혁, 윤석열 총장이 해도 된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조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외쳤다. 홍 대표는 메주를 들고 와 “조 장관이 하도 거짓말을 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며 퍼포먼스를 벌이다 아파트 경비원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금고를 따기 위해 열쇠 기술자가 조 장관의 집에 들어갔다고 취재진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요즘 헛소문이 많이 돌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관계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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