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 깊은 곳에 추락했지요
태풍처럼 세찬 힘이 휘감아 당깁니다
집들이 성냥처럼 얕게 포개져 있고
누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고통의 칡넝쿨에 감겨 아픈 사람 여럿인데
의사가 없습니다
의사도 몸이 아픕니다
좌절과 어둠만 무성합니다
하면 다른 곳으로 가보렵니다
어디엔가 불 밝힐 집이 있겠지요
못 찾으면 초원에서 잠자고
내일의 태양 아래
내일의 숙소를 찾겠습니다
태풍처럼 세찬 힘이 휘감아 당깁니다
집들이 성냥처럼 얕게 포개져 있고
누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고통의 칡넝쿨에 감겨 아픈 사람 여럿인데
의사가 없습니다
의사도 몸이 아픕니다
좌절과 어둠만 무성합니다
하면 다른 곳으로 가보렵니다
어디엔가 불 밝힐 집이 있겠지요
못 찾으면 초원에서 잠자고
내일의 태양 아래
내일의 숙소를 찾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천지 분간이 안 되는 깊은 곳에 추락했습니다.
태풍처럼 세찬 힘이 모든 것을 휘감아 당깁니다.
집들이 성냥처럼 얕게 포개져 있고 누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좌절과 어둠만이 무성하고 내일의 길이 안 보입니다.
이곳은 고통의 칡넝쿨에 감겨 아픈 사람이 그득합니다.
그런데 의사조차 없을뿐더러 의사가 있어도 몸이 아픈 의사만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몸을 끌고 다른 곳으로 가다 보면 환히 불 밝힌 집이 있을까요?
어둠을 뚫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태양이 뜨고 푸른 초원이 나타날까요?
그래도 내일이 안 나타나면?
내일을 못 찾으면 초원에서 잠자고
내일의 태양 아래
내일의 숙소를 찾겠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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