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이번 방문은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추진됐다. 문 대통령은 출국길에 “한·일 관계 때문에 한·미 관계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등과 만나 “최근의 한·일 관계 어려움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고, 해리스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태풍으로 인한 피해 예방과 복구, 평화시장 화재 사건도 잘 챙겨 달라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주말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일부 참모들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미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라며 “한·미 공조가 굳건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중대 기로에 선 만큼 뒷짐 지고 방관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취임 후 9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북·미가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의지를 확인한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북·미 간 실무협상의 조속한 추진이 첫 과제로 꼽힌다. 청와대는 최근 북·미 양자의 반응을 거론하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25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반도 평화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세계사적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평화’가 ‘조국 리스크’를 얼마 정도 희석시킬지도 관건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해왔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과거 한국을 통해 서신을 주고받았다면, 최근에는 직접 교환하는 등 우리 정부의 입지가 과거와 달리 크게 좁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발판으로 한 단계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의 간극은 여전하다.
두 정상이 만나면 풀어가게 될 당면 현안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도 포함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문제는 회담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후 ‘깊은 우려와 실망’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9월 말부터 진행될 방위비 분담 협의에서 한국 정부의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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