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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국의 역할 변화와 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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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2 22:45:57 수정 : 2019-09-22 22: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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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실무협상 기대 속 재개 전망 / 韓·美·日 안보 협력관계 개선 시급 / 美, 자국의 미래에 집중한 지 오래 / 文, 트럼프 의중 제대로 파악해야

수개월 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새로운 방법’(a new method)을 언급하고,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다. 지난 2월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얼어붙은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넘어, 미국이 ‘빅딜’ 전략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른 성과’에 집착하면 북측에 지렛대만 내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미 간 교착상황을 끝내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선거 때까지 동결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새로운 방법을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문제에 대해 “나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간 핵실험이 없었다”고 다시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북·미가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더라도 합의에 도달하려면 거쳐야 할 일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 간 ‘톱다운’ 협상방식이 여전히 유효한 탓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도 여러 번 부침을 거듭할 것 같다.

우리 정부로서는 최근 악화한 미국, 일본과의 안보 협력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더 시급해 보인다. 일본의 부당한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이후 서먹해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미 조야에서는 이전 미국 정부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에 이런 불화가 빚어졌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를 걱정하던 과거를 잊고 자국의 미래에 집중한 지 오래다. 미국의 변화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지만, 의회는 좀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 보고서에서 “미 의회에서는 미국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미국과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역할 변화는 미국 안보와 자유, 번영에 영향을 주겠지만,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방어 프로그램, 무역, 대외 원조, 인권 등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선 “트럼프 치하에서 미국의 역할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쪽에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반하는 ‘정책의 변화’일 뿐이고,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 변화는 오히려 이전 정부보다 더 적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이 무엇이든, 미 의회도 자국의 역할 변화를 감지하고 있고, 그 변화가 미칠 영향을 고민한다는 방증이다.

CRS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세계의 지정학적 변화가 미군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주요 이슈가 서반구에 몰려 있지만 미국은 지구 반대쪽인 유라시아 등에 대해 관여해왔고,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RS는 특히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반구를 출발해 대양과 공중을 가로지른 후 다른 반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나라”라며 “서반구의 다른 나라들은 그럴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미국이 그들을 대신하기에 따로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는 다른 지역의 갈등 해결을 위해 군대를 파견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그런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미 해군은 원거리 작전수행을 위해 1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한두 척이 전부이거나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동맹국 등의 갈등에 개입해 해당 지역의 안정을 꾀해왔는데, 다른 나라들은 자국 내 영토 방어에만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불거진 배경일 수 있다. 미국의 역할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대화를 나눌까. 너무도 많은 이슈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새로운 한·미 동맹 구축을 준비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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