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블록체인’ 전도사 “세상에 원래부터 당연한 건 없다”

입력 : 2019-09-21 18:00:00 수정 : 2019-09-21 11:09: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나우미래20]투자사 ‘해시드’ 창업한 김서준씨

“총이나 칼로 세상을 바꾸는 혁명은 더 이상 없어요. 자본주의 사회, 기술문명 사회의 혁명은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자본으로 낡고 비효율적인 자본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이란 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신뢰’죠. 중앙화된 기관이 부여하는 신뢰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신뢰가 등장한 거죠. 저는 이런 개념의 신뢰가 훨씬 더 넓게 퍼질 거라고 생각해요.”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의 ‘나우미래’ 영상 시리즈 20회 주인공인 ‘해시드’ 김서준(35·사진) 대표는 이 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가 창업한 해시드는 블록체인 산업의 대중화를 위해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들이 더 효과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투자회사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이 회사에서 대표직과 함께 매니징 파트너 역할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나와 우리의 미래, 지금(Now) 그리고 미래’라는 뜻의 나우미래는 교육부 미래교육위가 지난 5월부터 유튜브 채널 교육부TV에 순차적으로 올리는 영상 시리즈다. 미래교육위원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리즈를 통해 다가올 미래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 꿈과 희망 등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유튜브에서 ‘교육부 나우미래’를 검색하면 재생목록을 볼 수 있다.

 


 

◆‘신뢰경제’의 문제 불거지며 등장한 블록체인

 

김 대표는 “블록체인의 본질은 하나의 커뮤니티 안에서 신뢰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 사회에서의 신뢰는 정부 같은 기관이 부여한 법적인 신뢰인데, 금융기관 등 특정한 주체에 의해 만들어진 신뢰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충분히 효율적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한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당시 금융 기관들이 가진 특권으로 질 낮은 금융 상품들을 팔면서 많은 돈을 벌었고, 이런 것들이 결국 부실채권으로 판명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경제를 정말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레 나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다 일부 암호학자 사이에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진행됐다”며 “가령 디지털로 된 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줬을 때 이게 ‘복사’나 ‘붙여넣기’가 되는 게 아니라 정말 원본이 이동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끈 ‘비트코인’도 이런 기술이 실용화된 결과물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또 “인터넷 네트워크는 3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초고속 인터넷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1단계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이 개인화된 2단계를 거쳐서 이젠 ‘가치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3단계 네트워크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가치의 인터넷은 중앙화된 신뢰를 부당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싶다는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김 대표는 부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나선 것을 변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렇게 인터넷 구조가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고교 선배 회사에서의 인턴 경험이 창업 계기

 

김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건 고교 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던 한 선배의 회사에 인턴으로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퓨터플레이’의 창업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류중희 대표가 그 선배다. 김 대표는 “1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매 주말마다 모여서 다양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서 제품 개발과 기획, 마케팅을 하는 전 과정에 제가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만큼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방적인 환경에서 일을 해본 게 제겐 큰 경험이었고, ‘이런 형태의 조직에서 일한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의 첫 창업 도전은 2012년 ‘노리’라는 회사였다. 노리는 교육용 컴퓨터 프로그램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미국에서 내놓은 프로토타입이 호평을 받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한국에서 실패를 맛봤다. 그는 “당시 아이패드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몇 년 지나면 종이책이 다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전망과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며 “그때 아무리 좋은 철학으로 이상적인 사용성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도 기존 제품보다 약간이라도 불편하면 사람들이 넘어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금의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이런 교훈을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에서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좋지 않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지갑을 직접 만들어서 소유하려면 ‘프라이빗 키’를 가지고 종이에 적어 놓고 안전한 금고 같은 데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들이 블록체인 생태계로 넘어가는 데 매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 ‘본질적’ 질문 던져야”

 

“세상에 원래부터 당연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들과 주식회사의 개념 등을 거론하며 “처음부터 그랬을까? 돈은 꼭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질문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만들고 더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한다”며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본질적으로 질문을 한 번씩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미래에는 당연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용감하고 과감하게 재미있는 활동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