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6일 열리게 됐다. 조 후보자 청문회는 애당초 2∼3일 양일간 열기로 여야 교섭단체 3당이 정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일정만 잡아둔 채 세부 협의에 들어간 야당은 부인 등 가족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맹탕 청문회'가 될 거라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 공세를 노린 패륜적 주장이라며 이를 일축해 원래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했다.
그랬던 민주당과 한국당이 뒤늦게나마 청문회를 하기로 한 것은 당연스럽지만, 바른미래당이 양당 합의를 비난하며 청문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나 입법자들이 정략에 매달려 인사청문회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전격 합의는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당 모두 자당 책임론이 커져 민심을 잃으리라 보고 타협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회가 책무를 방기한 사이 조 후보자는 법정 인사청문 종료일인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셀프 해명' 기회를 가졌지만, 시민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6일까지 보내 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고 청와대는 법정 시한은 지났지만 그날까지 시간이 있으니 여야 합의를 전제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불씨를 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 후보자 임명을 국민 과반이 여전히 반대하지만. 찬·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와 양당의 초읽기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이틀에서 하루로 준 청문회가 내실 있게 진행되길 기대할 것이다. 그러려면 여당은 볼썽사나운 후보자 엄호를 삼가야 하고, 야당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조 후보자 역시 의원들의 추궁을 시민들의 궁금증으로 받아들여 성심성의껏 준비하고 답변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4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전격 합의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줄다리기 끝에 청와대가 요청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 마지막 날인 오는 6일 하루 조 후보자 청문회를 여는 것에 합의했다.
조 후보자 청문 정국에 온 나라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임명 여부를 떠나 국회의 '청문회 패싱'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여야 모두 부담을 느낀 것이 가장 큰 합의 배경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청와대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성사되면서 여당은 '명분'을 얻었고, 야당은 조 후보자를 검증할 '무대'를 마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국회 절차를 내팽개치는 것에 대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기에 청문회도 피할 필요가 없다고 본 민주당과, '야당의 시간'을 놓친 한국당의 패가 서로 맞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에서 한국당보다 더 얻은 것이 많다고 내심 자평하면서도 겉으로는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찍 합의됐으면 좋은데 재송부 기한 마지막 날짜에 이런 절차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라도 (청문회를) 하고 가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라고 말했다.
여야는 원내대표간 합의에서 조 후보자의 가족은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고, 청문회 날짜도 하루로 못 박았다. 민주당이 주장해온 내용이 모두 관철된 셈이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상당 부분 다뤄진 만큼, 민주당은 청문회를 연다고 해도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여당으로서 '법과 원칙'을 지켜 청와대의 임명 전 명분을 마련했다는 점도 소득이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도 안 하고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에 비해 청문회를 하고 임명하는 건 10개의 짐 중 최소한 하나라도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한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은 이날 오전까지 이 원내대표에게 '한국당과 합의해 청문회를 열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기자간담회 이후 여론의 추이가 바뀌자 코너에 몰려 전격 합의에 나섰다고 본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3일 전국 성인 501명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지난달 30일 조사에 비해 2.8%포인트 감소해 51.5%, 찬성한다는 응답은 3.8%포인트 증가해 4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인 없는 조국 인사청문회' 표정관리 들어간 민주당
한국당은 '증인 없는 청문회'조차도 전략상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 합의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거부로 자료 제출이나 증인 출석 등이 미비해 최악의 상황에서 조 후보자만 청문 단상에 세운 채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오히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편이 향후 대국민 여론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중진 의원 연석회의 비공개 자리에서도 다수 중진 의원들로부터 이런 논리의 연장 선상에서 '한국당이 청문회 성사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청문회 개최'를 적극 건의한 것이 여야 막판 합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날 저녁 출연한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증인과 청문회 날짜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청문회가 이대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회 청문회가 무산된 채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야당의 청문 의무를 져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당이 줄곧 가족 증인을 출석시켜야 한다며 청문회 일정 합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자간담회와 달리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위증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한 뒤 청문회에 임해야 하기에, 조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의 추궁에 거짓 증언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잃을 건 없다" 한국당 청문회 합의한 속내는?
민주당은 4일 여야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6일 개최에 합의함에 따라 '조국 사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임명 전 청문회 개최'와 '가족 증인 불가' 등 두 가지 요구를 모두 관철한 셈으로,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큰 상처 없이 임명에 이를 수 있도록 '엄호'하는 데 당력을 쏟을 방침이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무난히 소명해 여론이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 이 여세를 몰아 청문회 역시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6일 재송부할 때까지의 기간에 당은 최대한 조 후보자를 잘 지켜나가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온 국민을 힘들게 했던 청문회인 만큼 '아니면 말고'식의 청문회는 지양해야 한다"며 "이번 합의는 청문회 개최라는 국민 명령에 한국당이 사실상 굴복한 것인 만큼 수준 높은 청문회로 국민에게 화답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이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무차별 난타전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히 사실관계를 따지는 전략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의혹 차단은 물론 기존 의혹에 대한 '팩트 체크'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 시간을 활용해 조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스스로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조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보는 만큼 조 후보자가 진정성 있게 해당 의혹을 직접 해명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이 허위 의혹을 제기하거나, 위법·탈법적 방법을 통한 폭로 등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등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측면 지원 사격에도 나선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언론을 통해 워낙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방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野 "갈팡질팡한 모습 국민에 보여준 셈"…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도 나와
이런 가운데 한국당 내에서는 원내지도부를 향해 '전략이 무엇이냐'는 지적과 함께 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한 한국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루짜리를 받냐. 오락가락 하고 원내전략도 없고 널뛴다"며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체로 합의를 하게 된 경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도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다"며 "지난번에 최초로 문제제기 한 것이 3일(동안 청문회)하고 가족 증인 부르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합의한 건 하루 하고 가족 증인도 안 부른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우리가 갈팡질팡한 모습을 국민에 보여주는 꼴이라 착잡하다"며 "청문회 날짜나 증인도 놓치고 국민 호응도 놓쳤다. 게도 놓치고 구럭도 놓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한국당 의원도 "왜 이렇게 합의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하루에 청문회를 하는 것은 야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여당이 반박하고 삿대질하는 여야 공방전만 되고 부실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여당이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야당이 왜 여당에 밀리고 끌려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토록 굴욕적인 청문회를 왜 해야 합니까"라며 "이미 물 건너 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굴욕적인 청문회, 백기투항식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며 "이틀이 보장된 청문회를 하루로, 단 한명의 증인도 없는 청문회에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는지 도대체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임명 강행과 동시에 국정조사를 관철시켜 제대로 붙어야 한다"며 "조 후보자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세력이 연대해 조국 사수를 외치고 있는 '국민 무시 민주당'에 맞서 국정조사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부인과 딸, 동생, 전처, 관련 교수 등등 증인으로 채택해 위증하면 벌을 줄 수 있고 출석하지 않으면 벌을 줄 수 있는 국정조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며 "진실을 위한 우리의 단호한 노력이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후 "오늘 전격적으로 6일 하루 동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에 합의했다"며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기조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청문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검사 "조 후보자, 이미 과분한 자리 노리다가 스스로 화 자초했다" 사퇴 요구
한편 현직 검사가 내부 통신망을 통해 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 내부에서 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서울고검 소속 A 검사는 4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A4 7쪽 분량의 글에서 "법무부 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다"며 "새로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A 검사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는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 장관이라면 더 그렇다"며 "취임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이라고도 했다.
A 검사는 '조선시대 언관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 등 과거 조 후보자가 쓴 트윗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조 후보자와 관련된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말도 떠돈다"며 "시중의 예상처럼 결론 내려진다면 설사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결론을 믿겠느냐. 이완구 전 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분들은 그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사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 검사는 자신이 조 후보자와 서울대 법대 동기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보면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것도 일가족 전체에 화가 미치는 모양새여서 참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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