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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사 밥상은 전주한정식 뿌리’ 전주시 복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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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26 03:00:00 수정 : 2019-08-26 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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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각종 문헌과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가 기록한 아침상 등을 토대로 재현한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전주시 제공

‘콩을 섞은 쌀밥과 무와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고기, 닭구이, 콩나물무침….’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는 관찰사 김성근(1839∼1919)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 날 오전 10시 풍패지관(豊沛之館·보물 제583호)에서 받은 아침 밥상을 이같이 소개했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지금의 전북과 전남, 제주를 총괄하던 곳으로 전주에 자리했으며 포크는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전라감영을 방문하기 6개월 전 주한미국공사관에 임명됐다.

 

포크는 원반 위에 차려진 밥, 국, 반찬 등 17가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고 번호를 매겨 여행일기에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이를 “가슴까지 차오르는 엄청난 밥상”이라고 극찬했다.

 

1884년 11월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이 그림을 곁들여 기록한 아침 밥상. 전주시 제공

 

포크의 기록은 미 국무부 명에 따라 조선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주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알 수 있게 기록한 최고(最古)·최초 문헌이자 타 지역 감영에서 발견되지 않은 감영의 접대·연희 상차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지금까지 전주의 음식은 세종실록지리지 등 다양한 문헌과 ‘미암일기’(유희준), ‘호남일기’(이석표, 이상황), ‘완영일록’(서유구) 등 전라감사들이 기록한 일지에 등장하지만 이처럼 식자재와 조리법 등을 유추할 수 있게 자세히 기록한 것은 유일하다.

 

포크는 다양한 상차림과 연희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했다. 그는 주안상을 받은 자리에서 “기생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가늘고 큰 목소리로 ‘다 잡수소!’라고 외치자 다른 남자들 세 명이 복창했다. 작은 접시에 음식이 최고 1피트(약 30㎝)가량 높이 쌓였고, 접시마다 열 사람이 먹을 만큼 많았다”고 적었다.

 

또 “커다란 연희에는 사람들이 현란한 옷을 입고 있었고, 나도 제복이 아니라 아주 단정하지만 하찮은 캐시시어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은 내가 그곳의 주인이라고 말해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라감영에서 받은 융성한 대접에 대해 “모든 소리와 유흥은 중국에서 본 어떤 것보다 웅장했다. 실로 환상적인 날이다. 감영은 작은 왕궁이다”라고 감탄했다. 그의 일기는 2008년 미국의 한 교수가 책으로 펴내 뒤늦게 널리 알려졌다.

 

전주시는 포크의 일기를 토대로 전라감염 복원사업에 발맞춰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손님 접대상, 연회 등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관찰사 밥상은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종2품)의 상차림을 기본으로 전주 식자재와 조리법을 활용하되, 현대 식문화까지 고려해 조선시대 수라상(12첩)보다 한 단계 낮은 9첩 반상(일상적 상차림)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관찰사는 왕명을 지방 수령에게 전달하고 수령을 평가하는 왕권 대행자이자 지방을 규찰(糾察)하는 최고 권력자였다. 그만큼 감영에서는 800여명이나 되는 영리가 근무했고, 외부 손님과 고을 백성 등이 수시로 찾아 영주(주방)에서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식을 챙겼다.

 

감영에서 벌이는 잔치도 많아 칠월연(고종황제 탄생일)엔 당대 판소리 명창들이 밤 늦게까지 열창했고 경연이 끝나면 국수, 떡, 유과 등을 나눠줬다. 동짓날엔 판소리 장원을 뽑는 대사습놀이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팥죽을 한 그릇씩을 맛보게 했다. 이처럼 음식은 왕실문화를 계승하는 것이자 상물림을 통해 통치 수단이 됐고, 전주 한정식의 뿌리가 됐다.

 

지난 23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에 관한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전주시는 이를 위해 지난 23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과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차려낸 상차림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주대 송영애 교수(식품산업연구소)가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접대 상’을 주제로 발제했고,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원을 좌장으로 장명수 전북대학교 명예총장과 김미숙 한식진흥원 신산업추진TF팀장, 김영 농촌진흥청 연구관, 박정민 전북연구원 연구원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송 교수는 발제에서 다양한 고문서와 전라감사 기록 등에서 찾아낸 식자재와 음식을 토대로 관찰사 밥상으로 밥, 국, 김치, 장류, 찌개 등 7종 11가지 기본 음식과 나물, 구이, 젓갈 등 반찬 9첩을 제시했다.

 

전주시가 각종 문헌과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가 기록한 아침상 등을 토대로 재현한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향후 과거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접대상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사업과 더불어 전라감영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라감사 밥상은 현재의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됐고 음식문화 유산으로 계승되고 있다”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전주음식’의 뿌리를 찾아 위상을 높이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역 음식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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