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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부끄럽습니다” 촛불 든 서울대 학생들 ’조국 사퇴’ 한목소리 [밀착취재]

입력 : 2019-08-24 00:07:23 수정 : 2019-08-24 0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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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23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이자 그가 교수로 있던 서울대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와 딸 부정입학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약 500명의 시민이 모였으며 집회 중간 곳곳에서 “사이비 교수”, “조국 특검” 등의 구호가 외쳐지는 등 격앙된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1년이면 조국 딸은 논문 24편 썼을 시간... 난 한 자도 못 써”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 인근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집회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촛불을 손에 들고 학생회관 앞 계단에 앉았다. 시민들은 ‘공정 사회’를 부르짖었던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정작 ‘금수저’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가장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자로 나선 공동주최자 대학원생 홍진호씨가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지 만 1년의 시간이 지났다. 1년이면 조국의 자녀 분이 논문을 24편 쓰셨을 시간인데 저는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며 “2주 만에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을 쓰는 가능한가”라고 지적하자 참가자들 사이에 공감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홍씨는 이어 “저는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를 받고도 수업료가 모자라 200만원은 한국장학재단 대출로 해결했다. 시간 쪼개 과외해도 생활비가 모자라는데 자산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조국 교수의 자녀님은 어떻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분개하며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우리가 직접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한명 한명의 힘찬 목소리가 나라를 바꿀 것”이라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간곡히 기원했다.

 

◆“선배, 내로남불이라 비판받지 말고 사퇴해주십시오”

 

졸업생 자격으로 발언대에 선 서울대 법학과 91학번 조준현씨는 “이런 모습 보려고 저나 많은 사람들이 2016년 추운 겨울 몇 달간 촛불집회에 참석했는지 눈물이 흘렀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지금 맞는 건가”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사기!”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조씨는 조 후보자에게 “선배. 몇 년 전 우병우 선배를 ‘법꾸라지’라고 비판했죠. 법을 매일 피한다고 말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의혹들이 위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법이 아니면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건 문제가 아닙니까”라며 “남에게는 그렇게 엄격했으면서 자신과 가족에게는 관대한 분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게 법을 구현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선배. 내로남불, 위선자, 적폐라 비판받지 마시고 국민에게 사과하시고 후보자 사퇴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존경했던 분이라 더 실망... 사퇴만이 답”

 

재학생 신분으로 집회에 참가해 즉석에서 현장 발언한 경제학부 18학번 이상민씨는 “아직 조국 교수님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교수님을 진심으로 존경했다”며 “처음 의혹이 터져나올 때 내심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교수님을 향한 존경에 대한 미련이었음을 깨달았다”며 “이제는 교수님을 닮고 싶지 않다. 교수님이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 달라”고 했다.

 

발언대에 나서지 않은 참가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홀로 집회에 참여한 서울대 대학원생 장모(33)씨는 “매일 정말 힘들게 논문을 쓰고 있는데 고등학생이 2주만에 논문 제1저자가 됐다는 말에 허탈했다”며 “불법이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아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인 70대 여성 박모씨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이렇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게 화가 나 촛불을 들었다”며 “조국 후보자가 오늘 사모펀드 등을 다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될지 어떻게 믿나. 사퇴만이 답”이라며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 이전엔 조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왔다고 밝힌 재학생 조모(20)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부패가 척결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게 깨져버린 실망감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이번 집회로 조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퇴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의 딸은 고려대 입학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고교 시절 2주간 인턴으로 참여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논문 작성 참여를 포함해 10여개의 인턴십·과외활동 경력을 기재했다. 이를 둘러싸고 활동 기간이 겹치거나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논란이 된 사모펀드와 가족들이 운영해 온 사학법인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딸 조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글·사진 =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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