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로 수감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사진)의 막판 교도소 생활이 공개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의 수감생활을 재구성한 보도를 통해 그가 하루 최대 12시간에 걸쳐 사적 면회 공간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좁고 축축하고 벌레가 들끓는 감방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거액을 들여 여러 변호사가 장시간 면회하도록 한 것이다.
엡스타인이 머물렀던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 등 악명 높은 수감자가 많고 시설도 극히 낙후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은 변호인단과 함께 음료·스낵 자판기 2개를 모두 비우고, 아무런 대화 없이 지루한 표정으로 면회장에 앉아 있었다. 면회가 없을 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 다른 수용자들의 매점 계좌에 돈을 입금해주기도 했다.
엡스타인의 이 같은 ‘생의 의지’는 오래 가지 못했다. NYT가 교도소 직원, 변호인 등 20여명과 인터뷰한 결과 엡스타인은 더 이상 자신의 부(富)와 특권으로 사법 시스템을 조종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체념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숨진 9일은 재판부가 엡스타인의 성범죄 혐의 사실을 공개하며 세간의 이목이 쏠린 날이었다. 11년 전 비슷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을 위기에서 감형 협상을 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사법 특혜’가 사회적 공분을 더했고, 보석 청구도 기각되자 희망을 잃은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아 온 유명인사 중 프랑스 모델업계 큰손 장뤼크 브루넬에 대한 새로운 폭로가 나왔다. 17일 가디언은 모델로 활동했던 3명의 여성이 밝힌 피해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당시 18, 19세였던 이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브루넬은 세계 패션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1980, 1990년대에 파리 인근에서 모델 일을 막 시작한 어린 여성들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요구를 거절하면 일하지 못하도록 보복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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