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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신(박재우, 배도임 번역)

나는 지금 시를 쓰고 있지만

나의 어릴 적 취미는 굴렁쇠 굴리기였지
(…)
지금 나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시를 썼지만
그 사내아이는 여전히 그 굴렁쇠를 굴리고 있네
그는 여전히 그 산비탈 위에서 밀고 있네
그는 여전히 소리 없이 외치고 있네
그의 등에 이미 날개가 자랐지만
나는 글쓰기를 하다가 멈추었지
아마도 나는 기다리고 있을 걸세
그 짝반짝 빛나는 굴렁쇠가 산꼭대기에서
곧장 깊은 골짜기 속에 떨어질 때

내는 메아리를

나는 그 가장 깊은 울부짖음 소리를 기다리고 있네

 

소년은 금빛 저녁 햇살이 가득한 날,

 

산비탈 허리에서 굴렁쇠를 위로 밀었다가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는 걸

 

다시 힘껏 산꼭대기로 밀고 있습니다.

 

마치 시시포스가 산기슭의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것처럼,

 

소년은 자라서 중국의 저명한 시인이 되었지만, 지금도 굴렁쇠를 굴립니다.

 

시인은 반짝반짝 빛나는 굴렁쇠가 산꼭대기에서 깊은 골짜기 속에 떨어질 때

 

내는 메아리처럼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인처럼 세상의 모든 시인도 한 편의 시를 얻기 위해

 

시시포스의 형벌을 감수합니다.

 

깊은 골짜기에 굴렁쇠가 떨어지면서 내는 깊은 울부짖음처럼.

 

사람들의 심장에 ‘쿵’ 하고 떨어지는 시를 쓰기 위해서 시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굴렁쇠를 굴리고 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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