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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이후 역사 무대에 있었던 25인의 열정과 좌절

입력 : 2019-07-20 01:00:00 수정 : 2019-07-19 20: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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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쇤플루크/유영미/열린책들/1만8000원

1918 - 끝나가는 전쟁과 아직 오지 않은 전쟁/다니엘 쇤플루크/유영미/열린책들/1만8000원

 

1918년 11월11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옛 유럽은 붕괴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세계 질서는 흔들렸고, 새로운 정치사상, 새로운 사회, 새로운 예술과 문화, 새로운 생각이 구상됐다. 전쟁의 포화를 뚫고 싹튼, 옛 세계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20세기의 새로운 인간상이 선포됐다. 전 세계가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처럼 일어나야 할 듯한 분위기였다.

독일의 역사학자 다니엘 쇤플루크의 신간 ‘1918‘에 나오는 25명의 인물은 모두 이런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제1·2차 세계대전 전간기(1918~1939) 중 종전협정 전후 4~5년간에 발생한 전쟁 여파와 혼란의 시대상, 그 속에서 무너진 질서를 딛고 자기 운명을 열어나가려 했다.

등장인물 25명은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유명인부터 주변부 인물까지 다양하다. 군인, 혁명가, 정치인, 예술가 등 직업도 각각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러시아, 인도 등 여러 지역 인물들 삶을 다룬다.

이 책은 회고록, 일기, 편지, 자서전 등 1차 사료를 토대로 세계대전의 여파와 어지러운 시대상, 다양한 사건과 그 속에서 산 이들의 생각과 감정까지 생생히 전한다.

패전국 독일의 혼돈 시기를 보여 주는 인물은 네덜란드에 유배된 빌헬름 2세와 황태자 빌헬름 폰 프로이센이다. 독일 제국의 종말을 상징한다.

반면 독일 해군 기지 빌헬름스하펜의 수병 리하르트 슈툼프와 베를린의 다다이스트 게오르게 그로스는 패전국 독일의 민중의 시선을 대변한다. 이들을 통해 전의를 상실한 독일군과 정치사회적 분열을 엿볼 수 있다.

종전협정의 두 대리인인 연합국 총사령관 페르디낭 포슈와 독일 제국의 대표 마티아스 에르츠베르거는 전후 문제를 둘러싼 거시적 국내외 정세를 보여 준다면, 조각가 케테 콜비츠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로부터는 일상적 차원에서 독일과 영국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전장에서 둘째 아들을 잃은 콜비츠는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대변한다.

미국 대외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은 흑인부대 할렘 헬 파이터는 미국 내 인종차별과 이후 미국 사회에 불거질 깊은 분열을 암시했다. 흑인 전쟁영웅 헨리 존슨은 귀국 후 환영 연단에서 인종차별과 위선을 비난하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전쟁 트라우마와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그 외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인도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이끈 간디, 무용가 마리아 율로바, 저널리스트 루이즈 바이스 등 다양한 인물들 삶을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모여 혹독한 파괴와 좌절, 변화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시대를 투영한다. 동시대인이 각자 위치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 역사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이끄는 결실로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들이 꿈꾼 ‘긍정적 비전’이 단기적으로는 실패와 좌절로 끝났다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살아남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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