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를 교란하는 ‘미국 가재’ 등 외래 생물이 새만금호 상류 만경강 지류 등에 다수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에는 미국 가재 외에도 식물·어류·곤충 등 15종이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올해 2월과 지난달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미국 가재가 만경강 지류인 완주군 봉동 율소제와 대간선수로, 고산 백현지 등 3곳에서 다수 발견됐다.
미국가재는 1997년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 영산강 지류인 전남 나주 지석천과 대초천, 풍림저수지 일대에서도 확인됐으나, 전북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가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으로 유럽연합(EU)은 2016년 ‘위해를 끼치는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성 평가 1급으로 분류했지만, 아직 생태 교란 외래종으로 지정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가재는 수서곤충부터 수생식물, 물고기 동물 사체까지 가리지 않는 잡식성으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생존력이 강하다. 강한 집게발로 저수지나 논둑 등에서 굴을 파는 습성으로 물을 탁하게 해 침전물 영향 염류에 변화를 일으키고, 농산물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환경단체는 만경강 지류에 서식하는 미국 가재가 본류로 확산하거나 인접한 전주천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되면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전북환경청과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가 실시한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에 서식하는 생태계교란생물은 총 15종으로 나타났다. 가시박, 돼지풀 등 외래 식물 10종과 배스·붉은귀거북 등 어류·양서파충류 4종, 꽃매미 1종 등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일본 등 사례에 비춰볼 때 미국 가재는 위해성이 높아 그동안 국내 외래종보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만경강권 미국 가재 서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밀 조사와 방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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