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치즈 기술을 들여와 한국 치즈 산업의 새 장을 열고 장애인 복지에 헌신한 고 지정환(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를 기리는 기념관이 전북 임실에 들어선다.
임실군은 성수면 치즈테마파크에 국비 등 총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정환 신부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기념관은 1967년 국내 최초로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세워 한국 치즈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지 신부의 발자취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기념관은 내년에 착공해 2021년 완공할 예정이며, 임실군은 올해 말까지 지 신부와 임실치즈 관련 사료 등을 수집한다.
지 신부는 국내에 치즈 산업을 일으킨 ‘한국 치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벨기에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59년 12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찾아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활동하다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당시 그는 척박한 산악지대로 식량이 부족한 지역민을 위해 부임 당시 선물로 받은 산양 2마리로 산양 보급과 산양유·치즈 개발에 나섰다. 선진 치즈 기술을 배우려 유럽을 오가는 등 4년여 노력 끝에 1967년 이 지역에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세웠다. 그가 만든 임실치즈는 지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한국 치즈 산업화의 초석이 됐다.
지 신부는 치즈를 판 돈으로 1984년 인근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인 ‘무지개의 집’을 설립해 재활과 자활을 돕는 등 평생을 장애인 복지에도 헌신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2016년 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고, 숙환으로 별세한 지난 4월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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