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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승츠비·김학의… ‘그사세’ 속 끈끈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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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2 14:37:36 수정 : 2019-07-12 14: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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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여자, 접대.’

 

이 세가지 키워드가 연관검색어처럼 친숙해진 요즘이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만한 교집합이 하나 더 있다면 ‘돈이나 권력을 가진 남자’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 키워드는 ‘그들이 사는 세계’에서 돈독한 우정을 다지는 수단이자 성의표시의 끝판왕이자 성공을 과시하는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기능했다. 또 하나, 비단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연관검색어였다.

 

자택에서 어린 여성들의 나체 사진이 대거 발견돼 이제는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1992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별장에서 수십명의 여성을 불러 파티를 했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not a fan)”며 선을 그었지만 엡스타인의 성범죄가 한창 이루어지던 당시 둘은 막역한 사이였던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파티를 주최했던 플로리다 출신의 사업가 조지 호우라니를 인터뷰했다. 호우라니는 92년 트럼프 대통령 요청으로 ‘캘린더 걸’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28명의 여성들을 불렀다. 파티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그러나 여성들을 제외하고 유일한 게스트는 트럼프와 엡스타인이었다.

 

NYT는 “부유함, 젊은 여성에 대한 선호, 플로리다 부동산 보유 등을 공통점 삼아 두 사람은 수십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에 “제프를 15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멋진 친구”라며 “그리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도 나만큼 아름다운 여성, 특히 젊은 쪽을 주로 좋아한다고 들었다”며 호감을 표시한 바 있다.

 

바다 건너 이 뉴스를 접하면서 승츠비와 김학의라는 이름을 떠올린 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가수 승리는 2017년 12월 필리핀 팔라완에서 열린 본인의 생일파티에 외국인 투자자 등 지인들을 다수 초대하면서 여행경비 전액을 지원해 유흥업소 여종업원 8명을 포함시켜 ‘성접대 의혹’을 받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경우 사실상 스너프필름 수준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공개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성범죄는 무혐의를 받고 뇌물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이 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는 여론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얼굴 식별이 가능한 고화질 동영상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다 여성들을 미리 점찍어두고 모델, 사업제안 등을 미끼로 별장에 데려가 마약을 먹이고 특수강간을 했다는 혐의 내용 자체부터 워낙 충격적이다.

 

이들 사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결국 ‘그사세’ 속 끈끈한 우정의 연결고리가 늘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자유의지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선물처럼 주고받는 물체이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예쁜 인형으로서의 여성이다.

 

트럼프 별장에 간 여성들과 승츠비 파티에 무료참석한 여성들, 윤중천의 별장에 따라간 여성들이 모종의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건 본질을 비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끊임없이 대상화되다가 이러저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먹고 버려질뿐인 존재가 특정 성별에 집중돼 있었다는 자각과 문제의식을 직면하는 것이 먼저다. 대가를 지불하면 어떠한 ‘비인간화’(dehumanization)를 자행해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사고를 ‘비정상화’하는 것이 먼저다. 공급이 넘쳐나서 수요가 생겨났다는 궤변을 성찰하고, 범죄적 수요에 철퇴를 내리는 것이 먼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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