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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표심, 중도우파의 ‘경제’ 택했다

입력 : 2019-07-08 20:49:23 수정 : 2019-07-08 21: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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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총선 신민당 승리… 4년6개월 만에 정권 교체 / 신민, 39.9% 득표… 자력 정부 구성 / 미초타키스, 아버지 이어 총리에 / 시장친화적… 긴축 완화 등 제시 / 첫 급진좌파 치프라스 시대 마감 / 구제금융 졸업 이끌고도 반감 커
승리 자축 그리스에서 4년6개월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신민주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가 7일(현지시간) 아테네 중앙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아테네=AP연합뉴스

그리스 역사상 첫 급진좌파 정부 시대가 막을 내렸다. 7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당(ND·이하 신민당)이 4년6개월여 만에 정권을 탈환하면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1) 신민당 대표는 아버지에 이어 총리직에 오르며 ‘부자(父子) 총리’의 영광을 안았다.

 

8일 그리스 내무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신민당 득표율은 39.9%를 기록했다. 2015년 총선(28.1%) 때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단독 과반인 158석을 가져가며 자력으로 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2015년 35.5% 득표율로 정권을 잡았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이번에 31.6% 득표(86석)에 그쳐 제2당으로 밀렸다. 총 300석 가운데 250석을 정당별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고 나머지 50석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득표율 1위 정당에 몰아주는 그리스의 독특한 의석 분배 제도로 두 정당 간 의석수 차는 70석 이상으로 벌어졌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이날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TV로 생중계된 취임식에서 세금 인하, 공기업 민영화 확대, 국제채권단과 재협상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 등 자신의 주요 공약을 재확인했다. 시장친화적 성향으로 평가받는 미초타키스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 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을 전면에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그리스는 고강도 긴축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지난해 8월 졸업했으나, 앞으로 수년 동안은 채권단의 엄격한 재정감독을 받아야 한다.

 

미초타키스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물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1990∼1993년 재임)다. 누나 도라 바코얀니스는 여성 최초의 아테네 시장·외교장관을 역임했으며, 조카 코스타스 바코얀니스도 지난달 아테네 시장에 당선됐다. BBC는 “그리스처럼 가족 정치의 전통을 가진 유럽 국가는 없다. 이것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이유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신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총리로 취임한 8일(현지시간) 아테네에 있는 총리 집무실 막시모스 맨션 앞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테네=AP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45) 전 총리는 8년여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졸업으로 이끌었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넘어서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기성 정당들이 구제금융을 초래했다는 ‘심판론’과 ‘긴축 거부’ 구호를 내세워 군소 정당인 시리자를 승리로 이끌면서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그러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더 강화된 긴축 요구를 담은 3차 구제금융안을 수용해 반발을 샀다. 마케도니아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데 합의한 것과 지난해 7월 산불 대응 미비도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지방선거 참패 후 승부수로 던진 이번 조기 총선에서도 패배한 치프라스는 “국민의 투표를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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