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카터의 '3자회동' 아이디어… 40년 뒤 트럼프가 실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9-07-01 13:24:09 수정 : 2019-07-01 13:30: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1979년 카터 "남·북·미가 휴전선 중립지대에서 만나면…" / 북한, '3자회담' 제안 일언지하에 거부… 이후 40년간 폐기 / 미국 정계 '이단아' 트럼프, 40년 만에 '카터 구상' 현실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한국,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 3인이 전격 회동하는 아이디어는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인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는 김에 자신과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북한 김일성 주석이 참여하는 ‘3자회담’ 추진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는 북한의 완고한 반대로 불발에 그쳤던 남·북·미 3자회담이 40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미 정상 회동 후 북·미 정상회담’이란 형태로 성사된 셈이다.

 

1979년 6월30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79년 카터 "남·북·미가 휴전선 중립지대에서 만나면…"

 

1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1979년 6월30일 서울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카터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카터 대통령은 ‘북한 측도 어떤 형태로든 회담에 참여시키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낸 조영길 예비역 육군 대장은 최근 펴낸 저서 ‘자주국방의 길’에서 “카터는 최초 자신과 박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휴전선의 중립지대에서 만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참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단념했다”며 “(1979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에는 직위와 직책에 관계없이 남·북한과 미국의 대표로 구성된 ‘3자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 측 실무진은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으나 대통령의 명령인 만큼 일단 한국 측에 의사를 타진했다.

 

안팎의 예상과 달리 박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미국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이를 잘 아는 박 대통령은 ‘어차피 되지 않을 일이지만 카터 대통령 체면을 살려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차원에서 3자회담 추진을 지시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1994년 6월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에 손을 흔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3자회담' 제안 일언지하에 거부… 이후 40년간 폐기 

 

1979년 6월30일 청와대에서 만난 카터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3자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직후 관련 제안서가 제3국을 경유해 정식으로 북한에 보내졌다.

 

북한은 예상대로 △한반도 내부 문제는 미국의 간섭 없이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점 △정전체제에 관한 문제는 북한과 미국 두 당사자 간에 협의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3자회담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198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렸던 카터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영길 예비역 대장은 “카터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음이 틀림없다”며 “임기 후반에 들어선 그로선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뭔가 인상적인 성과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대체로 소원한 관계다. 그런데 공화당 소속인 그가 유독 민주당 출신인 카터 전 대통령하고는 편지, 전화 통화 등을 주고받는 비교적 편안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에도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고 있다. 뉴시스

◆미국 정계 '이단아' 트럼프, 40년 만에 '카터 구상' 현실화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40년 전과 똑같이 6월30일에 열렸다. 한·미 정상이 먼저 회담을 한 뒤 판문점으로 이동해 북한 지도자와 셋이서 만난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아이디어가 꼭 40년 만에 실행에 옮겨진 점도 못내 흥미롭다.

 

북한이 한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미국과 협상하고 싶어한다는 점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전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까지 포함한 3자 회동에선 인사와 덕담 정도를 주고받았을 뿐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 재개 등 정작 중요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만 다루길 고집했다.

 

1979년 카터 전 대통령의 남·북·미 3자 회동 아이디어가 이듬해인 1980년 선거에서의 재선을 노린 것이란 평가를 받은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번개 회동’ 역시 내년 대선을 의식한 포석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유력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우리 대통령(트럼프)은 사진 촬영 기회에 미국의 영향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말로 이번 판문점 행보가 사실상의 선거운동임을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