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되는 회담 서두(序頭)에 “무역, 군사, 국방 무기 구매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많은 자동차 제조사를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에 보내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언급된 주(州)들은 내년 미국 대선의 격전장이다.
아베 총리는 서두 발언에서 “빈번하게 일·미 정상이 서로 왕래하는 것은 강고한 일·미동맹의 증거”라며 양국의 친밀한 관계를 애써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최근 3개월간 일본이 미국에서 16건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음을 설명하며 일본의 공헌을 강조했다.
특히 미시간주 등에 대한 일본의 신규 투자 지도를 전달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지도에서는 일본의 투자금액과 고용창출 숫자 등이 표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빈 방문 계기에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총리 입장을 고려해 미·일 무역협상 타결 시한을 7월 참의원(參議院·상원)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정치적 배려를 한 만큼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관계가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끼리 갖는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로 묘사되지만 사실 정치·경제적 이익의 교환관계임을 보여준다.
약 45분간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의 불공평성·일방성을 비판해 미묘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호주 정상회담에서도 동맹국인 호주, 일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미국)는 동맹을 돌보고 있다. 심지어 동맹의 군사비도 돕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이 향후 안보 카드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무역 불균형 시정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미·일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베 총리가 자리를 함께하고 해상안전과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인·일 3국 정상이 모인 것은 지난해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3국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서 중국 포위망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도했던 미국의 우선순위가 대중(對中) 견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브리핑에서 “3개국의 협력이 인도·태평양지역 번영과 안정을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확인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20∼21일 북한을 방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베 총리의 무조건적인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했음을 밝혔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가 보도했다.
오사카=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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