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들의 70% 이상이 경미한 수준을 넘어서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법과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 등에 따라 각종 약물과 생필품들의 안전성을 평가 하는 데 아직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들처럼 동물실험 외에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26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동물실험시행기관의 2018년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을 시행한 362개 기관에서 사용한 동물은 총 372만7163마리에 이른다. 이는 1년 전보다 20.9%나 증가한 수치다. 기관별로 의료기관(9.1% 감소)을 제외하고는 국가기관(47%)과 일반기업체(24%), 대학(14.8%)에서 모두 증가했다.
실험동물로는 설치류(마우스, 래트 등)가 84.1%로 가장 많았고 어류(7.2%), 조류(6%)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설치류의 비율은 7.8% 감소했지만 어류와 조류는 각각 3.9%, 3.7% 증가했다.

연구자가 동물실험 시 의무 제출해야 하는 동물실험계획서에 따르면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정도(E그룹)의 동물실험에 전체 동물의 36.4%,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정도(D그룹)에 35.5%의 동물이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단시간의 경미한 통증 또는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정도(C그룹)도 25.7%에 달했다. 반면 거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정도(B그룹)의 실험에는 2.4%의 동물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목적별로 품질관리나 약품의 안전성 평가 등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실험이 38%로 가장 많았다. 또 작용원리(기전) 연구 등을 수행하는 기초 분야 실험에 29.4%, 기초 분야와 임상 분야의 중간단계인 중개 및 응용연구 동물실험이 전체의 24.1%를 차지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한 해 보통 안전성 평가만 400가지가 넘게 수행되고 대부분 이에 동물이 이용 된다”며 “외국처럼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성 평가를 할 수 있는 대체 수단들이 활발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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